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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나를 위해 용서를

2025-09-22 10:38
이민경 대구시교육청 예산법무과 사무관·변호사

이민경 대구시교육청 예산법무과 사무관·변호사

몇 년전부터 최근까지 우리 사회에는 학교폭력이 화두다. 학교폭력의 피해를 다룬 기사는 댓글수나 조회수를 보면 사람들의 관심을 더 많이 받는 것 같다.


필자는 업무상 다양한 유형의 학교폭력을 보게 된다. 초등학교 1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에 이르기까지 학교폭력에 연루된 학생들의 나이도 다양하며, 친구와 말싸움을 하는 것부터 다수의 학생이 한 명의 학생을 집단으로 폭행하는 것, 혹은 그 이상의 범죄행위까지 다양한 유형의 학교폭력이 존재해서 이 모든 것을 '학교폭력'이라는 한마디로 다 포섭하는 것이 맞는가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필자는 한 아이의 부모이기도 하기에 '내 아이라면 이럴 때 나는 어떻게 할까?'라는 생각을 가지고 사건들을 보게 된다. 한 개인의 부족한 소견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생각을 정리하는데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아서 이를 말해보고자 한다.


일단 내 아이가 가해학생으로 지목된 경우이다. 이 경우는 일단 사실관계를 파악한 후 조건 없는 사과를 하고 상대방에게 피해가 있는 경우에는 적극적으로 진심을 담아 피해를 보상하려고 노력할 것 같다. 아이들은 미성숙해서 일방이 100% 잘못하고 일방이 100% 피해를 입은 경우보다는 서로간 가·피해를 주고받은 일들이 있는 경우가 많아서 보통 가해학생으로 지목된 경우에도 상대방에 대한 억울한 감정이 들 수도 있다. 사실관계를 파악한다는 것은 최대한 제3자의 객관적인 입장에서 살펴본다는 의미이고, 우리 아이의 잘못이 더 크다면 초기에 진심으로 사과해 학교 단계에서 상대방과 화해하는 것이 최상의 시나리오라고 생각한다. 물론 사실관계를 살펴보다가 우리 아이가 도리어 피해학생이라는 생각이 드는 경우도 있을 수가 있다.


그럼 내 아이가 피해학생인 경우는 어떨까? 피해의 정도를 살펴보고 넘길 수 있는지 없는지를 고민할 것 같다. 상대의 가해수준이 범죄에 해당될 정도인지, 우리 아이의 피해를 입증할 자료는 충분히 있을지, 우리 아이가 앞으로 살면서 겪을 수 있는 수준의 갈등은 아닌지를 살피며 진지하게 고민해 볼 것 같다. 상대방의 가해수준이 범죄에 해당되는 정도이고 목격학생이나 CCTV, 문자 등 피해의 증거가 충분하며 이 일이 일상적인 사회생활에서는 도저히 겪을 수 없는 일이라는 판단이 들 경우에만 학교폭력으로 절차를 진행할 것 같다.


육참골단(肉斬骨斷)이라는 말이 있다. 살을 주고 뼈를 취한다는 사자성어이다. 작은 손해를 감수하는 대신 큰 승리를 얻는다는 뜻이지만 이를 반대로 생각해보면 상대의 뼈를 취하려면 내 살을 내어주어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상대방의 가해행위를 학교폭력으로 신고하면 우리 아이도 상대방으로부터 학교폭력으로 신고당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현재 쌍방학폭은 흔한 일이다. 피해학생이 가해행위에 대응하다가 가해행위를 하는 일은 흔한 일이고, 장기간 언어폭력 등의 가해행위에 대하여 울분을 삭이던 피해학생이 순간적으로 신체폭력을 행사하는 일도 있는 일이다. 상대가 더 높은 가해학생 조치를 받을 수는 있겠지만 우리 아이도 상대방의 신고로 인하여 가해학생 조치를 받게 될 가능성은 분명히 생기게 된다.


그리고 필자가 본 가해학생이나 피해학생, 그 보호자들은 대부분 지쳐 보였다. 학교폭력 절차를 진행하는 것은 평온한 일상에서 스트레스 요인이 되는 것은 분명하다. 이 모든 것을 감수하면서도 해야겠다면, 도저히 용서할 수 없다면 절차를 진행하는 것이 맞다. 그렇지만 그 정도는 아니라면 상대방을 위하여가 아니라 나와 내 아이를 위하여 상대를 용서하겠다. 내 아이의 어려움을 외면하는 것이 아니라 어른인 내가 우리 아이에게 이런 일들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서로 의논하여 결정하겠다. 물론 이는 필자의 지극히 개인적인 소견일 뿐이고 이와 다른 선택도 지지하며 모든 가정에 평화가 깃들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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