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출신 뮤지컬 배우 이지수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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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출신 뮤지컬 배우 이지수(31)는 "어떤 배역이든 무대에 섰을 때 그 캐릭터로서 오롯이 만족감을 느낄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전했다. <빅보스엔터테인먼트 제공>

"제가 대구 출신인 건 잘 모르시더라고요."

백스테이지에서도 빛나는 화사한 미소, 청아한 목소리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뮤지컬 배우 이지수(31)다. 2012년 뮤지컬 '레 미제라블'의 '코제트'역으로 데뷔해 일약 스타덤에 오른 그는 '프랑켄슈타인' '노트르담 드 파리' '사의 찬미' 등 크고 작은 무대에서 활약해왔다. 이지수는 대구 토박이로, 초등학교 시절 대구시립소년소녀합창단 단원으로 활약하기도 했다. 그는 "어릴 적 자주 찾던 대구문화예술회관 무대에 다시 서게 돼 무척 반갑다. 그때 계시던 안무감독님과도 20년 만에 재회했다"며 맑게 웃었다.

지난 21일 대구문예회관 비슬홀에서 열린 '김채이의 11시 데이트'에 배우 김수연과 함께 게스트로 출연한 그와 이야기를 나눠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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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지수는 올해 창작뮤지컬 세 편에 도전했다. 그 이유에 대해 "'라이선스 많이 하는 배우'라는 인식을 깨고 싶었고, 한 캐릭터를 처음부터 직접 만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빅보스엔터테인먼트 제공>

▶ 지금까지 맡았던 배역 중 가장 애정이 가는 캐릭터는.

"항상 맡는 캐릭터를 사랑하려고 노력한다. 그중에서도 '블랙메리포핀스'의 '안나' 역은 특히 애착이 간다. 제3자의 시선으로 어린 시절 안나를 바라볼 때 마음이 아팠다."

▶ 캐릭터를 만들 때 '나'에 대한 부분을 넣는다고 들었다. 자신과 가장 닮은 배역은.

"'록키호러쇼'의 '자넷'이다. 그전까지는 경력이 얼마 없기도 해서 맡는 작품마다 항상 어려웠다. '이번에도 어렵겠지' 하고 대본을 보자마자 '뭐야, 왜 편하지?'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배우 이지수는 올해 초연하는 창작뮤지컬 '소란스러운 나의 서림에서'(왼쪽)와 '르 마스크'에 참여했다. <이모셔널씨어터 제공>

▶ 올해 대학로 무대에 주로 섰다. 소극장과 대극장 무대를 오가며 느낀 차이가 있다면.

"제가 좀 특이한 편인 것 같다. 데뷔는 대극장에서 했지만, 한동안 소극장 무대에 서기도 하고 다시 대극장 무대로 돌아가기를 반복하곤 한다. 대극장은 공간의 울림이 주는 '노래하는 맛'이 확실히 있다. 반면 소극장에 가면 관객들의 눈이 보인다. 눈 깜빡임, 손가락 움직임과 같은 작은 부분조차 다 알아봐 주셔서 처음엔 놀라기도 했지만, 지금은 섬세한 표현을 더 찾게 된다."

▶ 무대 위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역시 데뷔 무대다. '레 미제라블' 용인 공연에서 1막이 끝나자 기립박수가 나왔다. 보통 1막이 끝나면 기립박수를 안 치는데, 1막 마지막 넘버인 '내일로'가 끝나자마자 사람들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는 거다. '이 맛에 하는구나. 나 이거 계속 받고 싶다'라고 생각하게 됐다."

▶ 올해 창작뮤지컬 세 편에 연달아 참여하고 있다. 느낀 보람과 어려움이 있다면.

"'라이선스 많이 하는 배우'라는 인식을 깨고 싶었다. 또 다른 이유는 리딩 공연에 참여하면서 한 캐릭터를 처음부터 직접 만들어 보고 싶어서다. 물론 창작의 고통은 크고 여러 의견이 충돌하기도 하지만, 모두의 합이 잘 맞으면 좋은 작품이 나오는 것 같다."

오는 12월 초연하는 대형 창작뮤지컬 '한복 입은 남자'에서 정의공주·엘레나 역을 맡은 배우 이지수.

▶ 12월 초연하는 창작뮤지컬 '한복 입은 남자'에서 정의공주·엘레나 역을 맡는다.

"대형 창작뮤지컬 초연도, 캐릭터를 처음부터 만드는 것도 첫 시도다. 오랜 만에 다역을 맡았는데 엘레나는 외국인, 정의공주는 조선시대 인물이라 완전히 다른 역할인 점이 즐겁다. 정의공주는 과학에 호기심이 많고, 아버지인 세종대왕을 돕는 주체적인 여성으로 그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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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지수는 "저도 가만히 있는 사람이 아니다. 공연을 기획하고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게 즐겁다. 하고 싶은 게 있을 때마다 시도할 것 같다"고 전했다. <빅보스엔터테인먼트 제공>

▶ 기획자로서 새로운 도전도 이어가고 있다.

"앞서 언급한 정의공주와 닮은 면이 바로 이런 부분이다. 저도 가만히 있는 사람이 아니다. 공연을 기획하고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게 즐겁다. 지금까지 네 번 진행한 '코 콘서트'는 디너쇼까지 하고 싶다는 말을 자주 드리는 만큼 하나의 브랜드가 된 공연이다. 당장 정해진 계획은 없지만, 하고 싶은 게 있을 때마다 시도할 것 같다."

▶ 앞으로 어떤 배우가 되고 싶은지.

"예전엔 특정 역할을 맡고 싶다는 욕심이 있었는데, 이제는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 '레베카'도 너무 하고 싶었던 작품이었지만, 막상 맡으니 부담감과 압박감이 심했다. 그 시기에 행복했냐고 물으면 마냥 행복했다고 말할 수가 없다. 어떤 배역이든 무대에 섰을 때 그 캐릭터로서 오롯이 만족감을 느낄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

▶ '뮤지컬 도시' 대구 출신으로서 자부심을 느끼는 부분이 있나.

"어릴 때부터 딤프(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가 있었다. 덕분에 우리 지역에만 들어오는 새로운 뮤지컬을 접할 수 있었고, 웬만한 대형 작품들은 대구에서도 해서 서울에 가지 않아도 볼 수 있었다. 올해 딤프에서 저를 신인상에 노미네이트해주셨는데, 공연 일정으로 참석하지 못해 아쉬웠다. 다시 불러주신다면 신나게 올 테니까 꼭 알아주셨으면 좋겠다."

정수민기자 jsmean@yeongnam.com

정수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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