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어제 자신의 SNS에 올린 글에서 "내란 극복도, 적극행정 권장도 모두 해야 할 일"이라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신상필벌은 조직운영의 기본 중 기본"이라며 "설마 벌만 주든가 상만 줘야 한다는 건 아니겠지요"라고도 적었다. 지난 11일 국무총리실이 12·3 비상계엄 선포 당시 공직자들의 불법행위 가담 여부를 조사할 '헌법존중 정부혁신 TF' 설치 계획을 발표하고, 다음날에는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이 정책감사 폐지 등의 공직사회 활력 제고 방안을 발표하면서 공무원 사회가 혼란스러워한다는 일각의 비판을 반박한 것으로 해석된다.
신상필벌을 언급한 이 대통령의 글은 복지부동(伏地不動)이 체질화된 공무원사회가 새겨들어야 할 부분이다. 적극적으로 일하면 훗날 감사받고, 아무 것도 안하면 감사받지 않는 공직사회 구조가 공무원들을 움츠리게 만들고 있다. 매 정권 때마다 적극행정을 주문했지만, 공직사회는 크게 달라지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미래지향적 정책은 소극적인 행정 때문에 기대했던 결과를 만들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우리나라가 미래로, 특히 우리가 가보지 않은 인공지능(AI) 시대로 나아가려면 공무원들의 적극적인 행정이 절실하다.
강훈식 비서실장이 내년 상반기 중 정책감사를 폐지하고 공무원 상대로 한 직권남용죄 적용을 엄격히 따지도록 관련 법령 개정을 추진하겠다는 것도 이 같은 현실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이번 대책이 공직사회의 잠재력과 동기를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해, 우리 미래를 여는데 긍정적으로 작용하길 바란다.
하지만 '헌법존중 정부혁신 TF'는 기대보다 우려가 크다. 비상계엄 선포때 동조한 공무원들을 색출하겠다는 것이 TF의 주목적이다. 이는 행정기관이 사법기관의 역할을 대신하는 것이다. 사법당국이 수사를 통해 책임 여부를 가려야 할 사안을 행정기관이 대신할 경우, 인사권 남용의 위험은 커진다. 문재인 정부 때 적폐청산 과정에서 내부 구성원 간 갈등이 폭발했던 것을 경험했다. 그때처럼 내부 색출이 목적이 되면 공직사회는 더욱 납짝 엎드릴 것이고, 그 결과 행정집행력은 땅에 떨어질 수밖에 없다.
공직사회가 활력을 잃으면 국가경쟁력도 뒤쳐진다. 활기 있는 공직사회가 정책을 민첩하게 집행하고, 국민 삶을 개선하며, 대한민국을 미래로 나아가게 한다. 내란극복이란 이름으로 TF가 관가의 공포를 조장하는 순간, 공무원들은 몸을 사리고 정책은 멈춘다. 지금 대한민국 공직사회에 필요한 것은 활력을 불어넣어 적극적으로 행정을 펼치는 것이다. 비상계엄 동조자를 가려내는 것은 사법당국에게 맡기는 게 맞다.
논설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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