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주시 화장장 전경. 영주시 제공
영주시 화장장 내부전경. 영주시 제공
경북 영주시와 봉화군의 화장 수요가 급증함에 따라 광역형 종합장사시설 신설이 시급하다. 영주시 화장장은 반세기를 넘긴 건물과 설비가 한계에 이르렀다. 화장로 2기는 잦은 고장으로 가동이 불안정하고, 유족 대기공간은 비좁다. 무엇보다 진입로가 협소해 버스와 조문 차량 이동이 불편해 장례 절차의 기본인 '시간과 동선의 예의'를 지키기 어렵다. 인력도 4명에 그쳐 돌발 상황에 대한 대응 여력 역시 넉넉지 않다.
수요는 가파르다. 영주 화장률은 2017년 61.8%에서 2024년 89.1%로 뛰었고, 봉화도 같은 기간 58.1%→73.9%로 상승했다. 중장기 전망은 더 팽창한다. 2037년 영주·봉화 합산 화장 수요가 연 1천998건에 이를 것으로 예측된다. 현 2기로는 평일·성수기 대기 장기화가 불가피하고, 유족이 먼 타지로 흩어지는 '원정 화장'이 상수가 된다. 장례는 공공이 지켜야 할 마지막 보루다. 시간과 장소의 공적 안정성을 잃는 순간 시민 불편과 정서적 상처가 눈덩이처럼 커진다.
영주시는 봉화군과 함께 이산면 운문리 일원 20만㎡ 부지에 화장로 4기, 봉안당 2만2천400기, 자연장지 1만3천130기와 유족대기실·주차장·공원 등을 갖춘 종합장사시설을 추진 중이다. 총사업비는 544억원(국비·도비·시군비 포함)으로 주민 인센티브도 명확히 설계했다. 주민숙원·소득사업 등 100억원 지원, 화장장 수입의 10% 지역 환원, 부대시설 운영권, 근로 채용 우선, 해당 면 사용료 면제 등 '수익-편익'의 선순환 구조다.
절차는 한 고비를 넘었다. 중앙 지방재정투자심사에서 조건부 승인을 받았다. 가장 큰 과제는 진입로다. 주민들은 국도에서 부지로 직접 진입하는 방식을 요구했으나, 부산지방국토관리청은 교차로 밀도 기준 등을 이유로 불가 의견을 냈다. 운문교차로 우회안은 주민 반대가 크다. 대안은 분명하다. 국지도·지방도 연결형 우회 진입로 신설(환경·경관 최소화 설계), 마을 교통영향 저감(저속·소음저감 포장·차음녹지), 장례 시간대 분산과 예약제 정착, 마을 공영주차장·순환셔틀 등 유족 동선 관리 패키지 도입이다.
환경·안전 우려는 기술적 대응으로 해결할 수 있다. 최신 화장로는 질소산화물·미세먼지·악취를 크게 줄이는 저공해 연소·배가스 정화 시스템을 갖추고, 실시간 방재·방출 농도 공개가 가능하다. 장례문화가 자연장·추모공원 중심으로 이동하는 흐름을 고려해, 유골의 장기 적치가 아닌 생태 순환형 자연장지를 확대하고, 무연고·취약계층 장례 지원 체계도 함께 설계해야 공공성 논란을 잠재울 수 있다.
영주시 관계자는 "장사시설은 '있으면 좋은' 편의가 아니다. 상을 당해봐야 알던 불편을, 행정은 미리 줄여야 한다"며 "원정 장례의 시간·돈·눈물 비용을 더는 순간, 공공은 시민의 마지막 길을 책임진다"고 말했다.
권기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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