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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경의 영화 심장소리] 언제나 마음은 청춘, 실버밴드 이야기

2025-12-11 11:40

‘로큰롤 인생’·조지 워커 감독·2007·영국

조지 워커 감독의 영화 로큰롤 인생(2007) 스틸컷. <네이버 영화 제공>

조지 워커 감독의 영화 '로큰롤 인생'(2007) 스틸컷. <네이버 영화 제공>

선댄스영화제 초청작이자 제천국제영화제 개막작이었던 '로큰롤 인생'은 평균 나이 81세의 코러스밴드 이야기다. '마음은 청춘'이란 뜻의 '영앳하트(Young@Heart)'는 73세부터 93세까지의 시니어로 구성되었다. 이들이 공연을 위해 신곡 연습을 하는 7주간의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다.


라디오헤드, 콜드플레이, 롤링스톤즈 등 세계적인 밴드의 곡을 그들만의 스타일로 재탄생시켜 노래한다. 하지만 리듬이 너무 빠르고 가사도 많다. 박자를 놓치고, 가사를 까먹는 등 실수투성이다. 어떤 곡은 도무지 불가능해 보인다. 이들은 과연 무사히 공연을 끝낼 수 있을까?


1982년 매사추세츠주 노스햄튼에서 결성된 이 코러스밴드는 원래 멤버들이 즐겨 부르던 노래로 공연을 했다. 이들이 좋아하는 음악은 주로 클래식이다. 오페라를 좋아한다고 인터뷰에서 밝힌다.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빠른 곡에 도전하는 것은 무모해 보이기도 한다. 처음에는 불평이 많았다고 한다. 하지만 음악감독 밥 실먼과 단원들의 끈질긴 노력으로 이들은 유튜브 스타가 되고, 유럽 여기저기에서 순회공연을 한다.


연습 도중 세상을 떠나는 분도 생기지만, 슬픔 속에서도 꿋꿋하게 공연을 해낸다. 가장 감동적인 건 교도소에서 하는 공연이다. 노인들의 춤과 노래를 보고 울고 웃는 죄수들, 특히 밥 딜런의 '포에버 영(Forever Young)'을 듣는 그들의 눈에는 눈물이 가득하다. 공연 후 단원들과 죄수들의 뜨거운 포옹은 보는 이의 마음을 따뜻하게 적신다. 콜드플레이의 '픽스 유(Fix You)'를 부르는 특별 공연 장면도 마음에 남는다. 원래는 듀엣으로 부르려던 노래를 혼자서 부른다. 파트너가 세상을 먼저 떠났기 때문이다. 산소통을 옆에 둔 채 조용히 부르는 노래는 모두의 마음을 만진다.


얼마 전 친정엄마가 세상을 떠나신 후, 다시 본 영화는 느낌이 달랐다. 삶 곁에 늘 있는, 죽음이란 존재가 너무도 가깝게 다가왔다. 슬픔 속에서도 걱정은 홀로 되신 아버지였다. 90세에도 불구하고 눈도, 귀도 밝으신 아버지는 아직 책을 읽고 글도 쓰신다. 무엇보다 월요일 저녁마다 합창 연습을 하러 가신다. 그러니 아마도, 잘 견뎌내실 것이다. '꾸뻬 씨의 행복여행'의 작가이자 정신과 의사인 프랑수아 를로르는 "행복이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알고 하는 것"이라 했다. 바로 아버지의 건강 비결이다. 영앳하트의 귀여운(?) 노인들을 보면서도 그 말을 실감했다.


삶과 죽음의 경계가 종이 한 장 차이라는 걸 보여주는 '로큰롤 인생'은 담담함과 진지함으로, 또한 유쾌함으로 인생을 노래한다. 아쉽게도 현재 이 영화는 스크리밍 되지 않는다. DVD로 감상이 가능하다.


"저렇게 노래하고 싶다. 저렇게 죽고 싶다"라고 어느 평론가가 말했지만, 죽는 날까지 이들처럼 노래하며, 즐겁게 사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 영앳하트의 발랄한 할머니, 할아버지들을 보면 불가능한 꿈은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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