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인문학과 함께하는 브런치콘서트
김범준 교수의 ‘물리학으로 보는 세상’
지난 10일 아양아트센터 아양홀에서 열린 '2025 인문학과 함께하는 브런치콘서트'의 강연자로 무대에 오른 김범준 성균관대 교수는 물리학자로서의 삶의 태도를 묻는 질문에 "우주가 인간에게 부여한 일종의 임무이자 의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아양아트센터 제공>
물리학자 김범준 성균관대 교수 <아양아트센터 제공>
'우주' '관계' 등 두 가지 키워드로 강연
고대 동서양, 세계관 따라 질문도 달라져
1년 달력으로 본 인간의 삶, 단 '0.23초'
"어떤 과학자는 물리학자가 가장 행복한 삶의 형태라고 말해요. 저 역시 그렇게 생각해요. 과학자로서 여러분을 만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행복합니다. 저는 우주에서 가장 행복한 '티끌'이에요."
지난 10일 아양아트센터에서 열린 '2025 인문학과 함께하는 브런치콘서트'에서 물리학자 김범준 성균관대 교수가 올해 마지막 강연자로 나섰다.
무대에 오른 김 교수는 '물리학으로 보는 세상'이라는 주제 아래 '우주'와 '관계'라는 두 가지 키워드로 강연을 펼쳤다. 그는 "물리학자들은 세상 모든 것에 관심이 있지만, 정작 '나'를 연구하는 사람은 드물다"며 "하지만 세상 모든 것들을 이해하고 나면 밖에서 본 '나'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첫 번째 파트인 '우주가 알려주는 나'에서 김 교수는 고대 동서양 세계관의 차이를 설명하며 지식의 확장이 질문의 수준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설명했다. 그는 "시대가 바뀌면 사람들의 상식이 바뀌고, 세계관도 바뀐다"며 "먼 후손들은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가 상상도 못 할 질문을 하게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특히 김 교수는 138억 년에 달하는 우주의 역사를 1년짜리 달력으로 환산할 경우, 인간의 삶은 단 '0.23초'에 불과한 찰나임을 강조했다. 그는 "그 짧은 0.23초의 시간이 우연히 겹쳐 이 순간을 함께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면, 타인에게 더 너그러워질 수 있다"며 미소지었다.
김범준 교수는 과학자가 된 계기에 대해 "절대적 진리가 무한대의 거리에 있음을 알면서도 끊임없이 애쓰는 사람 중 하나가 되고 싶어 이 길을 걷게 됐다"고 말했다. <아양아트센터 제공>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로 과학자 길 걷게 돼
통계 물리학으로 본 사회…'좁은 세상 효과'
SNS서 오는 우울감은 '선택 치우침'에 의한 착각
또한 과학자가 된 계기로 칼 세이건의 저서 '코스모스'를 꼽았다. "절대적 진리가 무한대의 거리에 있음을 알면서도 그곳을 향해 끊임없이 힘겨운 발걸음을 옮기려고 애쓰는 사람들이 바로 과학자예요. 저곳에 갈 수 없다는 것을 알지만, 어떻게든 가보려는 사람들 중 하나가 되고 싶어 이 길을 걷게 됐어요."
이어 '관계가 알려주는 나' 파트에서는 통계 물리학의 관점에서 사회 연결망을 분석했다. 미국의 사회심리학자 밀그램의 '6단계 분리 이론'을 인용해, 전 세계 인구가 7~8단계면 모두 연결된다는 '좁은 세상 효과'를 설명했다. 또한 현대인들이 SNS에서 느끼는 우울감은 '선택 치우침'에 의한 착각임을 언급했다. 마당발인 친구로 인한 '친구 관계의 역설' 때문이라는 것. 그는 "SNS상 모습과 달리 실제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비슷한 삶을 살고 있다"며 위로를 전했다.
강연 말미, 물리학자로서의 삶의 태도를 묻는 질문에 김 교수는 "우주가 인간에게 부여한 일종의 임무이자 의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현재까지는 인간만이 우주를 알아낸 유일한 존재잖아요. 이 거대한 우주를 이해하려고 애쓰는 건 이성적 존재인 인간에게 부여된 일종의 임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마지못해 하는 일은 아니고, 물리학자로서 그 과정이 즐거워요."
정수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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