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닫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
    밴드
  • 네이버
    블로그

https://m.yeongnam.com/view.php?key=20251217023534309

영남일보TV

  • [TK큐] 보이지 않는 사람까지 생각한 설계…웁살라의 이동권
  • 달성청춘별곡 시즌2, 현풍읍 중8리…웃음과 노래로 하나 된 마을

[경제와 세상] 고환율 시대의 수출경쟁력 약화, 한국의 구조적 위기

2025-12-19 06:00
임규채 경북연구원 사업지원본부장

임규채 경북연구원 사업지원본부장

현재 우리 경제는 고환율과 고유가라는 이중 충격을 정면으로 맞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1,400원대 중반을 넘어 1,470원 선에 근접하고 있으며, 국내 휘발유와 경유 가격도 ℓ당 1,800원 안팎까지 상승했다. 이는 과거와 달리 일시적 변동이 아니라 구조적 위험 요인들이 동시에 축적된 결과로 볼 수 있다.


우선 환율 급등은 글로벌 달러 강세와 국내 자본 흐름의 변화가 맞물린 결과다. 올해 들어 세계 금융시장은 지정학적 긴장 고조, 미·중 기술 갈등, 세계 경기둔화 전망 등으로 위험 회피 성향이 강해졌기 때문이다. 투자자들은 안전자산으로 인식되는 달러를 선호하면서 달러를 강세로 이끌고 있다. 한국의 경우 개인과 기관의 해외자산 투자 증가가 이러한 흐름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해외 주식과 채권 매수가 꾸준히 늘어나면서 국내 외환시장에서 달러 수요가 증가했고, 수출 둔화와 외국인 투자 유입 감소까지 겹치면서 원화 약세가 확대되고 있다.


최근 유가 흐름을 보면, 국제유가는 오히려 안정세 또는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2025년 11월28일 기준 한국이 주로 수입하는 두바이유 가격은 배럴당 63달러 수준으로, 중동 리스크가 고조되던 시기의 90달러대와 비교하면 크게 낮아진 상태다. 이처럼 국제유가가 하락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내 유류가격이 오히려 상승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이다. 그 배경에는 급격한 환율 상승이 자리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1,450원대를 넘어서면서 달러 결제로 이루어지는 원유 수입단가가 국제유가 하락 폭만큼 줄지 않고, 오히려 원화 기준으로는 상승하는 역(逆)전 현상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가 하락기에도 국내 유가가 떨어지지 않는 구조는 정부의 경제정책에 부담을 주고 있다. 정유사와 제조업체는 원유 구매 비용을 환율 상승분만큼 추가로 부담해야 하고, 이 비용은 철강·화학·기계·운송 등 연료·원재료 의존도가 높은 산업의 채산성을 빠르게 악화시키고 있다. 특히 한국처럼 수입 원료를 가공하여 수출하는 제조업 중심의 경제 구조에서는 고환율이 반드시 유리하게 작동하지 않고 있다. 원화 약세가 단기적으로 가격경쟁력을 높이는 효과가 있더라도, 원재료·부품·에너지 수입가격이 급등하면 생산원가가 더 크게 상승해 결국 수출로 인한 부가가치가 감소하는 구조적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


이와 같은 환율 주도형 비용 상승은 소비자물가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주게 된다. 국제유가는 하락했지만, 국내 유류비가 상승하면서 물류비와 생활물가가 연쇄적으로 인상되는 '역(逆)인플레이션 압력'이 형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가계 실질소득이 줄고, 기업 투자 여력이 축소되며, 전반적인 경기 회복 속도가 둔화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에너지 투입 비중이 높은 제조업과 운송업, 농수산업은 환율발(發) 비용 충격을 직접적으로 받아 고용·생산·투자 전반의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정책 딜레마에 놓여 있다. 금리를 내리면 환율이 더 뛰어 물가와 기업 비용을 자극하고, 금리를 올리면 가계·기업의 이자 부담이 확대된다. 재정정책도 단기 물가 대응에 치우치면 중장기 건전성 훼손 우려가 있어 쉽게 확장할 수가 없다.


따라서 단기적으로는 외환시장 안정과 유류세 탄력 운용, 물류비 완화 등을 통해 급격한 비용 상승을 억제하고, 제조업·운송업·자영업 등 환율에 취약한 부문에 대한 표적 지원이 요구된다. 2025년의 고환율·저유가 역설은 한국경제가 환율 충격에 얼마나 취약한지를 보여주는 경고이며, 구조 전환의 필요성을 다시 확인시키고 있다.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오피니언 인기기사

영남일보TV

부동산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