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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40년 공직 마치고 첫 개인전 여는 김철옥 작가“처음이자 마지막 전시…이제 더 보태지 않습니다”

2025-12-17 20:58
40년 공직을 마무리하고 5년간의 준비 끝에 첫 개인전을 연 김철옥 작가. 그는 영남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예술은 멀리 있지 않고 마음속에 언제나 있다고 강조했다. 권기웅 기자

40년 공직을 마무리하고 5년간의 준비 끝에 첫 개인전을 연 김철옥 작가. 그는 영남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예술은 멀리 있지 않고 마음속에 언제나 있다"고 강조했다. 권기웅 기자

"앞으로 뭘 더 하려는 게 아니라, 마무리를 지으려는 겁니다."


40년 공직을 마무리하고 5년간의 준비 끝에 첫 개인전을 연 김철옥(64) 작가는 전시의 뜻을 이렇게 정리했다. 경북 영주시 영주로 215번길 문화예술공간 '즈음'. 작품을 감상하는 관람객들은 쉽게 시선을 거두지 못한다. 작가의 설명을 듣지 않아도 절로 미소가 번진다.


김 작가는 "예술은 멀리 있지 않고 마음속에 언제나 있다. 그것을 누가 어떻게 꺼내느냐가 관건"이라고 했다. 그는 1980년 옛 영풍군(현 영주·풍기)에서 공직을 시작해 영주시 공보실을 거쳐 2020년 명예퇴임했다. "배고픈 시절, 꿈만 좇을 형편이 아니었다"는 그는 재직 중엔 붓을 잡지 않았다. "괜히 마음이 어지러워 현업에 지장을 줄 수 있겠다 싶어 그림은 보지도 않았죠." 퇴임 뒤, 그는 조용히 캔버스로 돌아왔다. 소재는 일상과 풍경, 기억과 장면. "예전엔 풍경을 그리려면 도구를 싸 들고 현장에 갔지요. 요즘은 사진을 참고해 작업실에서 그립니다. 사물→사진→그림으로 이어지는 '복제의 복제'라 불러도, 하찮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의 '복제론'은 현실적이다. "지폐도 원판에서 대량으로 찍어내지만 일련번호가 있을 뿐이죠. 그림도 다른 기술·직업과 같은 맥락에서 취급받아야 합니다. 예술이 우월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다만 문화적으로 향유할 만한 무언가가 그림 속에 있을 뿐." 한켠에 걸린 부드러운 색면과 느린 선은 그의 말처럼 과시보다 진심을 우선한다. 관람객은 "정겹고 친근하다"고 말하지만, 작가는 "보통의 기술로 돌아본 보통의 삶"이라고 답한다.


김철옥 작가가 자신의 모습이라고 그린 자화상. 권기웅 기자

김철옥 작가가 자신의 모습이라고 그린 자화상. 권기웅 기자

이번 전시는 선언이기도 하다. "더 그리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처음이자 마지막, 일종의 퍼포먼스로 봐주시면 좋겠어요." 왜 마침표인가를 묻자 그는 "예전에 벌여 놓고 못 닫은 장(場)을 정산하는 일"이라고 했다. "그동안 가지 못한 지점에 대한 아쉬움이 늘 남았어요. 1년 남짓 집에서 몰두해 보니, 그림은 형편없을지 몰라도 '그림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만큼은 충분히 가졌더군요."


공직자 출신 화가의 전시는 의외로 담백하다. 경력의 무게를 드러내지 않고, 해석의 그늘을 넓히지도 않는다. 그는 "공문서의 문장처럼 정답을 제시하는 그림을 그리고 싶지 않았다"며 "그저 보는 이의 마음에 자기 사정을 올려놓을 여백이 있었으면 한다"고 했다. 그래서일까. '즈음'의 오후는 작품 설명 대신 생활의 대화로 채워진다. 관객은 자신의 기억을 꺼내고, 작가는 그 기억을 조용히 받아 적는다.


김 작가가 택한 제목 없는 마무리는 어떤 시작보다 분명해 보인다. "예술은 특별한 곳에 있지 않습니다. 마음속에 있지요. 이번 전시는 제게 그 마음을 꺼내 놓고 정리하는 자리입니다." 겨울빛이 드는 골목 끝, 작은 공간에 놓인 마지막 캔버스. 인생의 장을 정갈히 닫는 한 문장처럼, 그의 그림은 소리 없이 오래 머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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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기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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