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보수야당이 제안한 '통일교 특검'을 줄곧 반대해오다 어제 수용하는 쪽으로 전격 태도 전환했다. 만시지탄이지만 당연한 귀결이다. 국민의힘도 즉시 환영의 뜻을 나타냈으니 여·야 논의가 급물살을 탈 것 같다. 하루가 멀다고 다양한 돌출 변수가 분출하는 정치권 상황인 만큼 뜸들이지 말고 여·야가 바로 만나 협의를 진행하는 게 좋겠다.
쇠뿔도 단김에 빼라는 이유가 있다. 대장동 항소 포기 외압 의혹에 대해 국정조사를 하겠다고 민주당이 먼저 제안해 놓고도 국민의힘이 'OK'하자 갑자기 한 발 뒤로 빠져 여태 수용하지 않는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통일교 정치개입 의혹'은 '대장동 항소 포기 외압 의혹'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악영향과 부작용이 크고 깊다. 결코 '대장동 시즌2'가 돼선 안 되기에 가능한 한 속전속결 협의를 권한 것이다. 민주당 지지자조차 60% 이상(갤럽조사) 찬성하는 '통일교 특검'을 민주당이 계속 미적대다간 명분과 실리 모두 잃는다.
특검이 개시되면 정치권에 엄청난 불똥이 튈 것이다. 유의할 게 있다. 특검 대상은 크게 두 가지다. 각종 선거와 정치·사회단체, 정부기관, 정당에 통일교가 어떻게 어느 정도 개입했는지를 명명백백 밝히는 것이 첫째요, 다음은 여·야를 가리지 않고 연루자를 색출해 엄벌하는 일이다. 사안의 경중과 우리 정치의 미래를 감안하면 특검 수사의 비중은 전자에 있다. 후자도 간과하지 못하지만 여기에만 몰입하다간 종교의 정치개입을 원천 차단한다는 취지는 아랑곳없이 정치논란만 벌일 수 있다. 벌써 여는 야를, 야는 여를 타깃으로 삼을 태세다. 이러다간 배가 산으로 간다. 타킷은 헌법과 법률에 근거해야 한다. 종교와 정치의 탈법적 유착을 파헤치는 것이 특검의 제1 목표다.
이재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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