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닫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
    밴드
  • 네이버
    블로그

https://m.yeongnam.com/view.php?key=20251223022134972

영남일보TV

  • 저수지 옆에서 시작된 노래 한 판, 유가읍 한정1리의 노랫소리
  • [TK큐] 보이지 않는 사람까지 생각한 설계…웁살라의 이동권

[K과학자 열전] 9.(끝) 한상철 박사 - AI·로봇·제조의 경계를 허물다

2025-12-23 17:02

"지역을 살리는 길은 결국, 기술과 사람에 있습니다." 세계 최초 CDMA(다중접속·Multiple Access) Micro-BTS(소형 기지국)를 개발하고 국내 최초 에너지 특화 대학의 뼈대를 세운 한상철 박사의 진단이다. 정보통신(IT) 분야 연구자로 출발한 그는 자신의 경력을 인공지능(AI), 로봇 산업까지 확장해 기술 융합 전문가로 거듭났다. 더욱이 정부 출연 연구기관과 기업 연구소는 물론 정부 정책 개발, 대학 교육까지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며 국내 첨단 산업의 성장을 이끌어 왔다. K과학자로 새로운 도전에 나선 그는 자율 제조 생태계 구축과 온디바이스 AI 기반 제조 플랫폼을 통해 지역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설계해 나갈 계획이다.


한-불 협력 포럼에서 스마트 디바이스 개발과 관련한 논의를 하고 있는 한상철 박사의 모습. 한 박사는 정보 통신 분야를 넘어 인공지능, 로봇 분야까지 아우르는 기술융합 전문가로 손꼽힌다.  경북도 제공

한-불 협력 포럼에서 스마트 디바이스 개발과 관련한 논의를 하고 있는 한상철 박사의 모습. 한 박사는 정보 통신 분야를 넘어 인공지능, 로봇 분야까지 아우르는 기술융합 전문가로 손꼽힌다. 경북도 제공

◆한국 이동통신 산업을 세계 무대로 이끌다


1980년대 초 한국은 산업화와 기술 독립을 국가적 과제로 삼았다. 당시 공과대학생 대다수 역시 첨단 기술을 배우는 것이 자신과 나라의 경쟁력을 키운다는 믿음을 가진 청년들이었다.


경북대학교 전자공학부에 입학한 한상철 박사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기술이 나라를 살린다'는 확신을 품고 공학의 길로 들어섰다. 대학 졸업 후 연세대학교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한 그는 본격적으로 통신기술 연구개발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1980년대 후반, 우리나라 이동통신 기술 수준은 선진국과 상당한 격차가 있었다. KIST(한국과학기술연구원)와 ETRI(한국전자통신연구원)에서 연구원으로 일하던 그는 우연찮게 선진 기술을 배울 기회를 얻었다. 미국 샌디에이고 퀄컴(Qualcomm)에 파견돼 CDMA(다중접속·Multiple Access) 기술을 현장에서 익히게 된 것. 귀국 후 그는 미국 연수 경험을 살려 삼성과 함께 세계 최초 CDMA Micro-BTS(소형 기지국) 개발을 주도했다. 이는 1990년대 중반 한국 이동통신 산업이 세계 무대로 도약하는 결정적인 계기였다.


초대형 기지국 중심의 기존 체계에서 벗어나 이동통신 인프라 구축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이며 보급 속도를 폭발적으로 높였고, 한국이 글로벌 통신 강국으로 자리매김하는 토대를 마련했다.


기술이 산업의 흐름을 바꾸고 국가의 미래를 바꿀 수 있다는 것을 직접 경험한 그는 '실행 중심의 혁신'을 자신의 원칙으로 삼게됐다.


국가 기술정책 수립부터 에너지공과대 설립까지


DGIST 교육·연구 기술사업화 혁식 모델을 설명하고 있는 한상철 박사. 한 박사는 DGIST기획처장·산학협력단장을 역임하면서 대학의 체질을 개선하는데 각별한 노력을 기울였다. 경북도 제공

DGIST 교육·연구 기술사업화 혁식 모델을 설명하고 있는 한상철 박사. 한 박사는 DGIST기획처장·산학협력단장을 역임하면서 대학의 체질을 개선하는데 각별한 노력을 기울였다. 경북도 제공

1999년 이후 한상철 박사는 기술–시장–국제 네트워크를 연결하는 산업 전략가로 활동 영역을 확장했다. 인텔 코리아에서 CSO(상무)로 일하며 글로벌 반도체·모바일 전략을 국내 산업 구조에 적용했고, 팬택 앤 큐리텔에선 해외영업·전략구매·미주연구소를 총괄하며 한국 ICT(정보기술) 기업의 세계시장 진출을 이끌었다.


2009년부터는 미래 산업 분야로 눈을 돌렸다. 대전 테크노파크(TP) 로봇센터장으로 자리를 옮겨 산업용·서비스 로봇 R&D 생태계를 구축하고, 기업 성장 기반을 강화하는데 힘을 보탰다. 이후 산업기술평가관리원(KEIT)에서 IT융합 주력산업·신산업 PD(Program Director)로 활동하며 국가 연구개발 설계자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그는 1천272억원 규모의 '웨어러블 디바이스 소재·부품 개발' 예타 사업을 성공적으로 기획·통과시키면서 국내 웨어러블 산업의 초석을 쌓았다. 소형·경량·저전력화, 안전성 강화 등 AI 시대 하드웨어 경쟁력의 토대가 되는 기술 체계를 국가 과제로 정립함으로써 첨단 ICT 산업 생태계를 준비하는 중요한 전환점을 만든 셈이다.


산업통상자원부 신융합산업 분야 위원장을 맡아 '국가중점과학기술로드맵(NTRM)' 수립을 총괄하기도 했다. NTRM은 연구개발(R&D) 투자 방향과 전략 산업의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국가 기술정책 설계도'다. 산업계와 학계·연구계가 함께 참여한 정책 설계 과정은 기술 전략이 국가 미래와 산업 변화로 이어지는 '실행 중심 정책모델'의 전형을 제시한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기술 개발과 국가 정책설립 경험은 그를 교육자의 길로 이끌었다. 기술 패권 시대 국가 경쟁력의 근본은 결국 사람, 인재 양성에 있다는 신념을 갖게한 것이다.


2016년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기획처장·산학협력단장으로 부임한 그는 산업과 연계한 연구를 강조했다. 산학협력 구조를 재편하며 대학의 체질을 개선하는데 각별한 노력을 기울였다. 대학이 지역 혁신 생태계의 플랫폼으로 기능하도록 유도한 것은 그의 교육 철학을 엿볼수 있는 대목이다.


2020년부터는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KENTECH)의 설립위원·기획처장·연구처장으로 참여해 △학사제도 △연구 방향 △국제 협력 체계 △산학 연동 구조 △기술사업화 기반 구축까지 대학의 뼈대와 운용 체계를 만들었다.


한 박사는 "대학은 단순한 교육기관이 아니라 지역과 국가의 미래를 설계하는 플랫폼"이라고 강조한다.


지역 산업의 혁신을 향한 새로운 대장정


한상철 박사. 경북도 제공

한상철 박사. 경북도 제공

"전략은 미래를 그리고, 실행은 미래를 만든다." 한 박사의 신념은 명확하다. K과학자로써의 방향성도 이미 정립했다. 핵심 목표는 세가지다. AI·로봇·제조가 하나의 언어로 작동하는 자율 제조 생태계 구축, 구미~경주~포항~경산을 잇는 산업 벨트 통합, 현장이 스스로 판단하고 학습하는 '온 디바이스 AI 기반 제조 플랫폼' 조성. 기술이 지역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창출할수 있도록 초점을 맞췄다.


현재 그는 자율제조 테스트베드 구축, 로봇산업 거버넌스 정책 자문, 융합형 제조·AI 인재 양성 체계를 설계하며 현장 중심의 실행 기반 변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비전' 제시에서 그치지 않고, 실제 산업 현장에서 실험하고 검증하며 구조적 변화를 견인하는 식이다.


제조업의 AI 전환과 더불어 휴머노이드 로봇 상용화에 대비한 제도적 기반 마련에도 힘을 보태기로 했다. 그는 "로봇이 산업과 일상에 광범위하게 도입되기 전에 안전·책임·정비·보안·윤리·데이터 관리 체계 등 운영 시스템을 제도적으로 정립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와 관련 그는 RIN(Robot Identification Number·로봇 신분증) 제도 도입을 추진할 계획이다. RIN은 로봇의 신원·이력·정비·보안·운영 책임을 통합 관리할 수 있는 '기술-제도-윤리 연동 모델'이다.


그는 경북에서 이같은 제도가 선제적으로 구축된다면, 한국이 휴머노이드 시대 국가 표준을 주도하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전망한다. 단단한 실행 철학을 갖춘 그의 새로운 도전이 경북의 산업을 한단계 도약시키는 동력으로 작동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기자 이미지

박종진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사회 인기기사

영남일보TV

부동산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