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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사태 땐 버텼다, 지금은 버겁다…대구 종합병원 이중고

2025-12-29 16:06

전공의 복귀 이후 환자 이탈 가속…병상 가동률 95%→85% 수준
의정사태 의료 공백 메웠지만, 진정 국면에 ‘환자·의료진 공동화’
“역할은 2차 병원이, 지원은 대학병원으로”…보상기전 요구 확산

대구 한 종합병원에서 의료진이 환자를 중환자실로 이송하고 있다. 대구 지역 종합병원들은 전공의 복귀 이후 환자 이탈과 병상 가동률 하락이라는 이중 부담을 호소하고 있다.<영남일보 DB>

대구 한 종합병원에서 의료진이 환자를 중환자실로 이송하고 있다. 대구 지역 종합병원들은 전공의 복귀 이후 환자 이탈과 병상 가동률 하락이라는 이중 부담을 호소하고 있다.<영남일보 DB>

2년 가까이 지속된 의·정사태때 대학병원 진료 공백을 떠안으며 지역 의료를 지탱했던 대구 종합병원(2차병원)들이 요즘 울상이다. 전공의 복귀 후 환자들이 대학병원으로 되돌아가면서 병상 가동률 하락과 의료진 이탈이 동시에 나타나서다.


29일 영남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의·정사태 국면에서 대구 종합병원들은 사실상 최후의 안전망이었다. 대학병원(3차병원)에서 진료를 받지 못한 환자들이 대거 유입되면서 외래와 입원 환자가 예년 대비 30~40%가량 늘었다. 병상 가동률은 95% 안팎까지 치솟았다. 일부 병원에선 일반 병실은 물론 중환자실까지 대기 환자가 발생할 정도로 포화 상태가 이어졌다.


급증하는 의료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종합병원들은 중환자실 병상을 확대하고 인공호흡기 등 고가 의료장비를 추가 도입하는 등 대대적인 시설 투자를 단행했다. 당시엔 의료 공백을 메워야 한다는 절박함 속에서 단기간 손실을 감수하더라도 지역 의료를 지켜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었다.


하지만 최근 상황은 급격히 달라지고 있다. 대학병원 진료 기능이 정상화되면서 환자 흐름이 다시 상급 의료기관으로 이동했고, 그 여파는 고스란히 대구 종합병원으로 이어지고 있다. 병상 가동률은 최근 85% 안팎까지 떨어졌고, 외래 환자 감소세도 뚜렷해졌다. 의정사태 당시 불가피하게 단행했던 시설·장비 투자가 오히려 병원 경영의 부담으로 돌아오는 모양새다.


대구의 A종합병원장은 "9월 이후 외래와 입원 환자가 확연히 줄고 있다"며 "병상 가동률이 10%포인트가량 떨어졌다는 건 현장에선 매우 큰 변화"라고 했다. 이어 "의·정사태 이전보다 체감 경영 여건이 더 나빠졌다고 느끼는 병원도 적잖다"고 했다.


종합병원내 의료진 이탈도 가속화되는 추세다. 대학병원들이 진료 정상화와 함께 전문의 채용을 확대하면서 간호사와 의료 인력이 대학병원 등 상급종합병원으로 이동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대구에서도 인력 공백과 인건비 상승이 동시에 나타나며 일부 종합병원들은 병동 운영 축소를 고민하는 상황이다.


의정사태 국면에서 지역 의료의 버팀목이 됐던 종합병원 병상. 사태가 진정되자 환자와 의료진이 다시 대학병원으로 이동하며 병상 가동률 하락이라는 후유증이 나타나고 있다.<챗지피티 생성>

의정사태 국면에서 지역 의료의 버팀목이 됐던 종합병원 병상. 사태가 진정되자 환자와 의료진이 다시 대학병원으로 이동하며 병상 가동률 하락이라는 후유증이 나타나고 있다.<챗지피티 생성>

이 같은 배경에는 전공의 복귀가 자리한다. 12월 실시된 2026년 상반기 전공의 모집에서 대구권 6개 수련병원은 정원 211명 중 150여 명을 충원했다. 앞서 지난 9월에는 550여 명의 전공의가 대구권 수련병원으로 복귀했다. 의·정사태 이후 이어졌던 의료 공백이 봉합 국면에 접어든 것. 다만 이 과정에서 대구 종합병원들은 환자와 의료진이 동시에 빠져나가는 '공동화' 현상에 직면하게 됐다.


종합병원들은 의·정사태 과정에서 수행했던 역할에 비해 보상과 지원이 충분하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당시 비상진료체계 운영을 위해 국민건강보험 재정 1조3천490억원이 투입됐고, 수련병원 경영난 해소를 위해 1조4천844억원이 선지급됐다. 하지만 상당부분은 대학병원에 집중됐다는 지적이다. 대학병원을 대신해 중증 환자를 떠안으며 의료 대란을 막았던 종합병원들에 대한 별도 보상 장치는 부족했다는 것.


지난 7월 2조1천억원 규모의 포괄2차 종합병원 지원사업이 175개 병원을 대상으로 시행됐지만, 대구 일선 종합병원들의 체감도는 높지 않다. 반면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지원사업은 47개 병원이 3조3천억 원을 나눠 갖는 구조다. 지원 규모와 정책적 무게중심의 차이가 뚜렷하다는 평가다.


대구 B종합병원장은 "정책의 무게 추가 여전히 상급종합병원에 치우쳐 있다"며 "의·정사태 당시 의료 공백을 메웠던 지역 종합병원들이 이젠 생존을 고민해야 하는 처지"라고 했다.


그러면서 "중환자실 확충 등 당시 불가피하게 떠안았던 부담에 대한 보상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지역 필수의료 기반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고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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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승규

사실 위에 진심을 더합니다. 깊이 있고 따뜻한 시선으로 세상을 기록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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