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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프타임] ‘神기술’이 아니라 ‘新기술’ 입니다

2025-12-31 06:00

떠들썩하게 등장하는 여러 신기술
정부와 지자체 신기술 도입 방식
빠른 도입에 치중해 부작용도
기술혁신 이점도 크지만 한계있어
인간의 위대함 잊지않는 새해되길

노진실 사회1팀장

노진실 사회1팀장

최근 몇 년째, 12월이 되면 일본의 한 서점을 찾고 있다. 이게 내 연말 루틴이 된 듯하다. 기자는 일본어를 거의 읽지도 말하지도 못하는데 왜 그런 습관이 생긴지는 모르겠다.


올해도 12월에 그 서점에 갔다. 시간이 멈춘 듯 거의 변한게 없었다. 서점 한 구석을 찾아가 봤다. 예전에 왔을 때 유심히 봤던 종이 책갈피가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다. 2023년에도, 2024년에도 똑같았던 사진과 문구의 책갈피가 아무렇지도 않게 2025년에도 거기에 있었다.


나무가 많은 시골집 문에 기대어 두 명이 정신없이 책을 읽고 있는 흑백사진은 여전히 인상적이었다. 사진 속은 여름일까, 가을일까. 대체 저 사람들은 무슨 책을 읽고 있는 걸까. 나는 속으로 3년째 같은 질문을 던졌다.


그걸 보고 왠지 울컥해졌다. 지난 몇 년간 너무 많은 사건이 일어났고, 세상은 빠르게 변했다. 기자도 점점 나이가 들었다. 세상의 속도를 따라가다 보면 머리가 어질어질해질 때가 많다. 유난히 더 바쁘고 여유가 없던 2025년을 보내고 난 뒤, 오래도록 변하지 않은 무언가를 다시 마주하니 반갑고도 묘한 감정이 들었다.


이번엔 책도 한권 사서 그 책갈피를 몇개 받아왔다. 책갈피에 적힌 문구는 '책으로 어서오세요'라는 뜻이라고 한다. AI 번역으론 잘 이해가 안 됐는데, 지인이 의역을 해주니 그제야 의미를 알 것 같았다. AI가 아무리 똑똑하다고 해도 아직 '크로스체크'가 필요하다. 아마 나는 내년 연말에도 그 서점에 갈 것이다. 거기서 변하지 않는 무언가를 찾으며, 마음껏 느리게 내 시간을 즐길 것이다.


온갖 신기술이 세상에 떠들썩하게 등장하고, 빠르게 왔다 빠르게 사라진다. 최근 기사로 다룬 '대구트립 앱' '대구 관광 메타버스' 등도 비슷한 사례다. 둘 모두 짧은 시간 '반짝' 존재하다 곧 사라지거나, 이미 사라졌다. 이제 새로운 유행에 맞춘 서비스가 또 등장할 것이다. 정부가 '주제'를 던지면, 지자체는 좋든 싫든 따라가야 한다. 거기엔 엄청난 세금 투입이 뒤따른다.


공공의 편의성을 증대시키는 서비스 개발과 구축이 무조건 나쁘다는 건 아니다. 기술 혁신이 인간의 삶에 미친 이점이 엄청나다는 것도 인정한다. 기자 역시 과학을 사랑한다.


하지만, 그 신기술이 세상에 퍼지는 방식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공공기관의 방식은 한번씩 위험해 보이기까지 한다. 저마다의 속도나 검증 과정이 있을텐데, 무작정 빠른 도입에 치중하는 모습이다. '무조건 믿으라'며 선뜻 믿지 않는 자를 '시대에 뒤떨어지고, 변화를 거부하는' 사람처럼 보고 있진 않을까. 그런 강박은 '광풍'으로 이어져 예상치 못한 부작용을 불러올 수도 있다.


얼마 전 취재 과정에서 한 공무원이 이런 말을 했다. "메타버스·공공앱·AI 등 정부가 한 분야에 관심을 두면 지자체에도 유행처럼 번진다. 지자체에선 정부 지원을 받기 위해 새로운 서비스를 구축하기도 한다. 그런데 정부와 지자체는 막대한 초기 자본 투입에 앞서 추후 운영 문제에 대해서도 깊이있는 고민을 해봐야 한다."


이제 2025년이 가고 2026년이 온다. 새해에도 신기술이 세상의 변화를 재촉할 것이다. 신기술의 '신'은 '新'이지 '神'이 아니다. 빠르게 흘러가는 세상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것의 가치, 그리고 기술이 가지지 못할 인간의 위대함을 잊지 않는 새해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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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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