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극적인 듯하면서 자극적이지 않은 맛
매콤달콤 양념 면발과 어우러져 중독적
"짬뽕? 자장면? 아니면 야끼우동?"
대구에서는 중국음식을 주문할 때 짬뽕이냐 자장면이냐만 놓고 고민하지 않는다. 맛은 짬뽕에 가깝지만 식감은 자장면에 가까운 야끼우동까지 포함시켜 고민해야 한다. 중화요리의 대표격이라 할 수 있는 짬뽕, 자장면과 함께 사랑받으며 당당히 그 자리를 차지하면서다. 대구사람들에게 야끼우동이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1970년대 중반즈음이다.
70년의 세월을 거치며 야끼우동은 대구 10미 중 하나이자 대구식 중화요리의 대표메뉴로 꼽힌다.
야끼우동은 1980년대부터 전성기를 맞아 대구의 거의 모든 중국집에서 취급하는 메뉴로 자리 잡았다고 한다. 야끼우동에 탕수육·딤섬 등 튀거거나 찐 음식과 곁들여 먹으면 더욱 맛있게 먹을 수 있다.
대구에서는 해산물 위주의 야끼우동과 유사하지만 고기와 야채로 불 맛을 살려 밥 위에 올리고 달걀프라이를 얹는 중화비빔밥도 만들어졌다. 면 대신 밥을 쓰는 '야끼밥'도 있으며 중화비빔밥과 볶는 시간·수분감·식감·가격·형태가 다르다.
대구 중화반점 야끼우동. 이나영 기자
◆ 한 번 빠지면 헤어나올 수 없는 맛
자극적인 듯하면서, 자극적이지 않은 맛이다. 마늘향과 불향 가득 야끼우동에는 바다와 육지의 맛이 동시에 들어가 있다. 매콤하면서 달콤한 양념이 면발을 촉촉하게 감싸고 해산물과 채소의 조화는 아삭하면서 부드러운 식감을 입안 가득 선사한다. 자작한 양념은 면발을 끝까지 다 먹을 때까지 맛있게 먹을 수 있다. 고운 고춧가루와 마늘이 들어가 살짝 매콤하면서도 달콤한 양념은 묘한 중독성을 만들어낸다.
대구 야끼우동은 주문과 동시에 강불에 볶아내기 때문에 접시 위에 올라오는 순간부터 불향이 순식간에 식당 안을 가득 채운다. 불향 입은 면은 퍼지지 않고 쫄깃하다.
통통한 새우, 쫄깃한 오징어 등 싱싱한 해산물과 돼지고기, 중식의 핵심인 양파는 아삭한 식감 그대로 살아 있다. 단출하지만 양념의 존재감은 상당하다. 한입 먹을 때마다 불맛과 채소의 단맛이 함께 느껴진다. 면발을 다 먹은 후 양념에 공깃밥은 필수다. 끝맛은 묵직하게 남는 게 대구 야끼우동의 특징이라 할 수 있다. 조미료 맛이 앞서지 않고 웍에서 나온 불향이 중심을 잡아주는 듯하다. 먹고 나서도 입안 얼얼하게 너무 맵거나 자극적이지 않다.
대구 10미 중 하나인 중화반점의 대표메뉴 야끼우동. 고운 고춧가루와 마늘로 매운맛을 내고 양파·배추·숙주·목이버섯·새우·오징어·돼지고기를 센 불에 즉석에서 볶아 감칠맛을 더한다. 이나영 기자
대구 동성로의 중화반점(대구시 중구 중앙대로 406-12)은 대구 야끼우동의 원조집이다. 1954년 창립돼 1973년 전국 최초로 야끼우동을 개발했다. 창업자 장유청이 1974년 처음 개발한 야끼우동은 중국 볶음면인 차오미엔을 얼큰한 대구식 매운 우동 볶음으로 재탄생한 음식이다. 중국 음식과는 달리 기름 사용을 줄이고, 자작한 국물이 매력적이다.
2대째 운영 중인 중화반점 장여림(61) 대표는 "양념에 강력한 불 맛을 입히는 즉석요리다. 2~3분간 강력한 불로 조리하는 게 포인트다. 웍질도 노하우가 있어야 한다. 누가 웍을 잡느냐에 따라 그 맛이 다른 것도 이유"라면서 "면발에 재료들과 함께 볶아서 간이 베어 나오는 순간 맛이 깊이 있어진다. 새우 등 신선한 해산물을 아침마다 공수해 온다. 탕수육과 함께 먹으면 새콤달콤한 맛이 어우러져 더욱 별미다. 화룡점정은 면발을 다 먹은 후 소량의 밥을 비벼 먹는 것"이라며 꿀팁을 전했다.
◆ 2인2맛 시식단 평가는?
칠레에서 온 크리스와 경기도에서 온 직장인 서영현씨가 대구 중화반점 야끼우동을 시식해보고 있다. 이나영 기자
칠레에서 온 크리스(36)씨는 "야끼우동에서 마라 맛이 나는 것 같다. 외국인이 먹기에 맵기가 적당하다. 칠레에는 해산물과 면을 섞어먹는 요리가 없어서 새롭게 느껴졌다. 새우도 부드럽고 갓 요리해서 더 맛있었다. 평소에 해산물을 잘 안 먹는 편이었는데 신선해서 맛있게 먹었다"고 말했다.
경기도에서 온 영현(여·26)씨는 "양파가 흐물거리지 않고 아삭하게 살아있는데 매운맛은 날아가서 딱 맛있다. 다소 심심할 수 있는 식감을 살려줬다. 감칠맛이 나고 불향이 강하게 난다. 짬뽕의 맛인데 면이 부들부들하다. 양념도 밥이랑 잘 어울린다. 타지인의 맛으로 표현한다면, 간짬뽕과 비슷한데 고급진 맛이 난다. 볶음 느낌으로 감칠맛을 진하게 느끼고 싶다면 추천한다. 대구에서만 먹을 수 있는 맛 같다"고 했다.
김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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