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2부에서 뛰는 대구
강등은 뼈아픈 상처지만
K리그 객단가 1위에
세징야·에드가 동행
2부 지배하는 팀 되길
이효설<체육팀장>
2026년 대구FC의 주소지는 차디찬 'K리그2'다. 승강 플레이오프의 휘슬 소리와 함께 '대팍'을 뒤덮었던 1만여 관중의 정적은 대구시민에게 깊은 상처를 남겼다. 선수들의 이적설이 들려오고, 팀의 위상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
아이러니컬한 것은 대구FC의 지난 시즌 객단가가 K리그에서 가장 높았다는 사실이다. 1만7천61원으로 '축구 팬덤의 성지' FC서울보다 높다. 관객 한 명이 경기장에서 지불하는 비용이 전국에서 가장 높다는 것은 대구팬들이 대팍에 가는 행위가 구경을 넘어 자신의 가치를 투영하는 문화적 소비로 정착했다 뜻이다.
공짜표가 사라진 자리를 기꺼이 유료 티켓으로 채우고, 팀의 상징인 하늘색 유니폼과 굿즈를 구매하며, 강등의 위기 속에서도 고가의 테이블석을 매진시켰던 이들이 바로 대구의 팬들 아닌가. 대팍은 K리그의 강력한 요새다. 2부 팀들이 대팍의 매진 열기와 원 보이스 응원을 견디기 어려울 것이다.
스포츠 산업의 관점에서 볼 때, 대구는 이미 '성적'을 파는 팀에서 '대구의 자부심과 연대감'을 파는 축구 클럽으로 진화했다. 이것이 바로 대구가 강등이라는 파고에도 쉽게 침몰하지 않을 이유다.
추락했지만, 대구FC의 낭만은 살아있다. 세징야와 에드가가 떠나지 않았다. 의리를 지켰다. 가장 큰 희망이 아닐 수 없다. '대구의 왕' 세징야와 '공중전의 지배자' 에드가가 동행하는 자체가 압도적이다. 두 선수의 조합을 'K리그2 최고의 공격진 보유'라고 평한 축구 전문가도 있다. 대구팬으로서 힘이 난다.
'막판 12경기 1패' 축구팬들은 지난 시즌, 김병수 감독의 집요한 뒷심을 또렷이 기억하고 있다. 초반 연승 후 '무승의 늪'에 빠진 대구를 이끌고, 27~38라운드에서 단 한 번 패했다. 최악의 팀 분위기를 무패행진으로 바꿔놨다.
희망의 근거는 또 있다. 류재문 선수의 대구 복귀다. 그는 대구의 승격, FA컵 우승, ACL 진출이란 황금기를 경험했다. 김 감독의 영남대 시절 제자인 그는 2부리그의 거친 중원 싸움에서 중심을 잡아줄 수 있는 베테랑이다.
대구의 가장 큰 약점인 불안한 수비 문제도 해소될 여지가 있다. 최근 영입된 김주원과 김형진은 성남FC과 경남FC에서 잔뼈가 굵은 베테랑 수비수들이며, 특히 김주원은 김 감독의 전술을 가장 잘 이해하는 선수다. '김병수호'의 세밀한 빌드업 축구를 실현시켜주길 기대한다.
장영복 신임 단장은 김 감독에게 선수영입 관련 전권을 내줬다. 지난 체제에서 대구는 조직 내외적으로 불통이 화근이 됐다. 이번에 바통을 이어받은 장 단장은 기자회견에서 "독단적 결정은 없다"고 선언했다. 대구의 강등을 지켜보면서 가장 안타까웠던 부분인 만큼 그의 행보에서 가장 신경이 쓰이는 부분이기도 하다.
6월엔 2026 북중미월드컵이 있다. '축알못'도 대표팀의 경기가 끝나면 자연스럽게 그 열기를 이어갈 '현장'을 찾게 된다. 그때, 가장 뜨거운 열기를 자랑하는 대팍이 매력적인 선택지가 될 것이다. 월드컵으로 유입된 '뉴비'팬들을 대구팬으로 정착시킬 기회다. 이 열기가 대구 승격의 동력으로 치환되는 순간, 대구의 1부 복귀는 현실이 될 것이다.
우리 선수단은 6일 태국 후아힌으로 전지훈련을 떠났다. 그곳에서 버티는 축구와 결별하고, 2부의 흐름을 지배하는 축구를 준비해달라. 2026년 대팍에서 대구의 승격 시나리오를 직관하고 싶다.
이효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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