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하예 정치공동체 폴티 대표
대구 범어도서관과 수성구청년센터에서 정치 수업을 진행했다. 범어도서관에서는 초·중등학생을 대상으로 '재미있는 생활 속 정치 이야기'를, 수성구청년센터에서는 만 19~39세를 대상으로 '정치이해반'을 운영했다. 교과서적 사실과 기본 개념에 충실하되, 다양한 의견을 논의의 장으로 올리고 비판적 사고의 충돌은 교실 안에서 최대한 다뤘다.
범어도서관에서 만난 초·중등학생들은 거침이 없었다. "선생님, LGBTIA가 뭐예요?", "우리 엄마는 정의당을 좋아하는 것 같아요", "우리 아빠는 국민의힘 지지해요" 학생들에게 정치는 가족과 경험, 생활의 이야기였다.
수성구청년센터의 정치이해반에서는 또 다른 장면을 만났다. 흔히 말하는 '20대 남성의 보수화'라는 명제로 설명되지 않는 모습이었다. 경북대 공과대학에 재학 중인 남학생들은 질문하고 대화하기 위해 수업에 참여했다. "정치나 정당 활동을 위해 공부하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부정선거'가 공론의 장에 오르기도 했고 정치권에 대한 분노와 불신이 표출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 수업에 참여한 사람들의 마음을 열려 있었다.
2024년 12월3일 비상계엄 선포와 2025년 4월4일 대통령 탄핵심판 인용, 2025년 6월3일 조기대선을 거치면서 '민주시민교육'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우리는 한 단계 더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야 한다. 공동체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 묻고 제도가 어떤 원리로 작동하는지를 이해해야 한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민주시민교육'이라기보다 정치의 구조와 본질을 다루는 '정치교육'의 영역이다.
정치교육이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필수 조건이라는 점에는 비교적 넓은 합의가 있다. 현재 우리 정치교육은 시민의 가치나 태도, 책임을 강조하는 경우가 많다. 정치교육의 핵심은 '좋은 시민'을 양성하는 데 있지 않다. 민주주의의 제도적 모델과 권력의 구성·통제 원리를 함께 익힐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고 공동체의 언어와 규범이 형성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해야 한다. 이러한 공통의 이해가 축적될 때 정치적 갈등을 해석하고 조율할 수 있는 공적 토대가 마련된다.
그렇다면 국가는, 그리고 공적 영역은 시민이 정치를 익힐 수 있도록 어디까지 역할을 해야 할까. 정치를 개인의 태도가 아닌 집단적 선택과 책임의 문제로 체감하는 공간이 필요하다. 시민이 정치적 갈등을 이해하고 조직할 수 있도록 제도의 언어와 대의정치의 구조를 익힐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정치교육은 다음의 조건을 전제로 설계되어야 한다. 첫째, 공동체가 어떤 역사적 경로를 거쳐 현재에 이르렀는지를 근본적으로 성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둘째, 정치를 권력과 제도, 대표와 책임의 문제로 이해하도록 구성되어야 한다. 셋째, 일자리·주거·소득과 같은 자원의 배분 구조와 연결해 체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특히 정치교육에서 정당의 역할이 중요하다. 정당은 시민의 요구와 갈등을 조직해 제도의 언어로 전환하는 매개체이다. 시민이 정치적 선택과 책임을 집단적으로 학습하는 주요한 장이기도 하다. 이러한 역할이 공백으로 남을 때 그 자리는 '팬덤', '조회수', '좋아요'가 대신 채우게 되고 정치는 갈등을 조정하는 장치가 아니라 적대를 증폭시키는 기술로 전락한다.
대구의 공공기관에서는 정치 수업이나 정치교육 프로그램이 충분히 마련되어 있지 않다. 정치에 대해 논의할 수 있는 공적 공간 역시 충분하지 않다. 지금은 어떤 정치교육이 필요한지 그 방향에 대해 치열하게 합의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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