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농촌 혼재 지역 갈등 심화, 선출 방식 개선 목소리 커져
칠곡군 왜관읍 전경. 칠곡군 제공
"이장 선거 한 번에 동네가 두 쪽 났심더. 평생 형님 아우 하던 사람들이 길에서 만나도 눈을 피합니더. 선거가 마을 파탄냈어예."
이장 선거로 인한 주민 간 갈등은 농촌보다 도심형 마을이 구조적으로 더 복잡하다. 거주 기간과 생활방식이 다른 주민들이 하나의 이장 선거로 묶인 곳이 있다. 이 경우 이해관계가 정면으로 충돌하면서 갈등이 잇따르고 있다.
아파트 입주민들은 "인구의 절반 이상이 아파트에 사는데도 의사결정은 기존 마을 중심으로 이뤄진다"고 불만을 토로한다. 반면 기존 주민들은 "갑자기 들어와 마을 운영을 좌우하려 한다"며 맞서고 있다.
아파트 입주민들은 생활 편의와 안전, 주차 문제를 요구하고, 기존 마을 주민들은 농로·배수로·전통 행사 유지에 우선순위를 둔다. 이장 선거는 이런 갈등이 한꺼번에 분출되는 계기가 된다.
경운대 사회복지과 이영숙 교수는 "민선 이후 선거가 잦아지면서 지역 주민들이 공익보다는 사익과 정파적 이익에 따라 나뉘는 현상이 고착되고 있다"며 "특히 작은 단위의 선거일수록 인간 관계에 기반하기 때문에 그 갈등의 골이 깊고 오래간다"라고 지적했다.
이장 선거 이후 법적 분쟁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도내 한 산촌 마을에서는 이장 선거 이후 낙선자가 당선자의 자격 요건과 선출 절차를 문제 삼아 선출 무효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은 기각됐지만, 마을은 장기간 갈등 상태에 놓였다.
문제는 이장 선거가 공직선거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점이다. 금품 제공이나 불공정 논란이 발생해도 제재 수단은 제한적이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규정이 느슨하다 보니 선거 이후 수습이 더 어렵다"고 토로했다.
해법을 찾기 위한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경북 안동의 경우 '마을 단위 협의기구(마을운영위원회 등)'를 구성해 주요 사업과 기금 사용을 합의제로 운영하고 있다. 이장은 대표 역할에 집중하고, 실질적인 결정은 주민 참여 기구에서 이뤄지도록 한 방식이다.
또 일부 지역에서는 마을 갈등 조정 전문가를 활용한 중재 프로그램을 도입해 선거 이후 갈등 완화에 나서고 있다. 공동 작업이나 화합 행사를 행정 지원과 연계하는 '치유 행정'도 실험 단계에 있다.
마을 공동체 운영자 A씨는 "민주주의 꽃인 선거가 공동체를 병들게 한다면 그 방식은 정비를 해야 한다"며 "농촌에서 도심까지 확산되는 이장 선거 갈등은 지금 이 순간에도 지역 공동체의 민낯을 드러내고 있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공동체 운영자는 "이장 1인에게 집중된 권한을 분산하고, 결정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선거의 온도를 낮출 수 있다"며 "특히 도심·아파트 혼재 지역의 경우, 인구 비중과 이해관계를 반영한 선출 방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칠곡군의 한 마을회관에 모인 주민들은 "선거는 잠깐이지만, 이웃은 평생 아니냐"라며 "이장 하나 뽑고 마을이 갈라지는 일은 이제 있어서는 않된다"고 강조했다.
마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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