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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서 만나는 우리동네 문화유산] 지붕 위 사자 4마리, 코끼리 조각… 선산의 ‘숨은 보물’

2026-02-14 10:03

화려한 궁궐만이 유산이 아니다…국가의 질서와 지역의 삶 품어


구미시 선산읍 완전리 59-3 선산읍사무소 앞에 있는 선산 객사. <박용기 기자>

구미시 선산읍 완전리 59-3 선산읍사무소 앞에 있는 선산 객사. <박용기 기자>

경북 구미시 선산읍 중심지(완전리 59-3)에 자리한 선산객사(善山客舍)는 왕궁처럼 웅장하지도, 사찰처럼 장엄하지도 않다. 그러나 조선시대 국가 운영의 원리와 지방사회의 질서를 가장 일상적인 공간 속에 담아낸, 작지만 깊은 의미를 지닌 문화유산이다.


18세기 지금의 선산초등학교 자리에서 처음 세워진 선산객사는 1914년 현재 위치로 옮겨져 선산면사무소로 사용됐다. 이후 1987년 내부를 개조해 향토사료관으로 활용됐고, 오늘날에는 시민 누구나 찾을 수 있는 열린 공간으로 남아 있다. 1986년 12월 11일 경북도 유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이후, 여러 차례 용도 변화를 겪으면서도 선산의 중심 공간으로 기능해왔다.


객사는 임금을 상징하는 전패(殿牌)를 모시고 지방 수령이 부임할 때와 초하루, 보름날에 대궐을 향해 예를 행하며, 왕명으로 파견된 관원들의 숙소로 사용하던 곳이다.


건물은 앞에서 보면 다섯 칸, 옆에서 보면 네 칸 규모로 지어졌으며, 가운데에는 두 짝으로 된 큰 출입문이 있다. 안으로 들어서면 천장을 떠받치는 굵은 기둥들이 눈에 들어온다. 특히 건물 중심부에는 비교적 큰 기둥들이 좌우로 네 개씩, 일정한 간격으로 나란히 서 있어 내부 공간을 안정감 있게 받치고 있다. 건물은 잘 다듬은 긴 돌을 한 줄로 쌓아 만든 기단 위에 세워졌고, 그 위에 자연석 주춧돌을 놓은 뒤 둥근 나무기둥을 세운 구조다. 전체적으로는 지붕을 떠받치는 들보가 일곱 줄로 짜여 있는 전통 목조건축 방식(7량가)이다.


건물의 기둥 사이를 장식하는 '화반'도 눈여겨볼 만하다. 보통은 비슷한 무늬로 꾸며지지만, 선산객사는 정면과 좌우 측면의 모양이 모두 다르다. 정면에는 귀신 얼굴을 형상화한 '귀면(鬼面)'이 새겨져 있고, 왼쪽에는 코끼리, 오른쪽에는 개가 조각돼 있다. 이렇게 서로 다른 동물과 상징을 새긴 화반은 매우 드문 사례로 꼽힌다.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나쁜 기운을 막고 건물을 지키려는 상징적 의미도 담겨 있다.


지붕 장식도 화려하다. 처마가 두 겹으로 된 팔작지붕 위, 가장 높은 부분인 용마루에는 사자상 네 마리가 놓여 있다. 또 지붕의 마루와 모서리 끝마다 '용자상(龍子像)'과 '귀두류(鬼頭類)' 조각상이 더해졌다. 한 건물에 이처럼 다양한 상징 조각이 함께 사용된 경우는 흔치 않다. 선산객사가 단순한 행정건물이 아니라, 상징성과 격식을 갖춘 공간이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과거 '일선(一善)'이라 불렸던 선산은 '영남 인재의 반이 선산에서 나왔다'는 말이 전해질 만큼 학자와 관료를 다수 배출한 고장이다. 선산객사는 바로 이 인재 전통이 제도와 공간으로 구현된 상징물로 화려한 왕궁이 국가의 얼굴이었다면, 객사는 국가가 지방과 만나는 접점이다. 선산객사는 구미의 역사적 정체성을 이해하는 데 빼놓을 수 없는 유산으로 평가된다.


김선현 선산읍장은 "선산객사가 선산읍사무소를 가로막고 있어 위치가 애매하다는 의견도 있지만, 반드시 보존되어야 할 지역 문화유산인 것만은 분명하다"며 "향후 구미시 관련 부서와 협의해 야간 등을 설치하고 보존을 위한 각종 조치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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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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