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가 공동출자 회사설립…수익 공동배분
시대의 화두 경제민주화 실현할 유력한 수단
조합원 규모가 일자리 수…고용창출 효과도
#1. 17만3천71명의 출자자와 1천340여개 팬클럽이 주인인 축구단이 있다. 이곳에서는 클럽의 구단주인 회장과 이사회 구성도 회원의 총회를 통해 선출된다. 이곳은 바로 세계 최고의 축구클럽으로 칭송받는 FC바르셀로나다. FC바르셀로나가 대기업 총수가 구단주를 임명하는 다른 축구 클럽과 다르다는 것은 유니폼에 기업의 광고가 아닌, 국제 자선 단체 ‘유니세프’의 이름을 붙이고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2. 전남 완주군 소양면 인덕마을 주민은 진솔한 사람끼리 잘 사는 마을 만들기라는 주제로 ‘완주 Hemp Life 협동조합’을 설립했다. 출자금액은 2억원, 조합원 수는 20명 정도다. 이 협동조합은 소양면 인덕마을을 중심으로 삼베의 우수성과 다양한 기능을 활용한 지역특화산업을 추진한다.
경제 민주화가 이 시대의 화두로 부상하면서 이에 대한 해답으로 협동조합이 부각하고 있다.
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교수가 협동조합을 경제민주화의 한 요소로 꼽은 이유는 바로 1%의 특권층이 아닌 99%를 위한 경제를 지향하기 때문이다. 경제민주화를 실현할 유력한 수단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협동조합이 상법상 영리법인과 민법상 비영리법인의 중간 형태로 시장과 정부가 실패한 영역에서 대안 경제체제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오는 12월1일 발효돼 풀뿌리 지역경제 활성화와 다양한 복지 서비스가 창출될 것이라는 기대를 받고 있는 협동조합기본법의 내용과 영향 등에 대해 알아본다.
◆ 협동조합이란
협동조합은 자본주의의 꽃이라고 불리는 주식회사와는 성격과 구조가 판이하게 다르다. 주식회사가 자본주의를 대표하는 조직이라면 협동조합에는 사회주의적 경제개념이 담겨 있다.
주식회사는 수익금을 1%의 자본가가 99%의 근로자에게 배분하는 구조다. 따라서 자본의 쏠림현상은 필연적이다.
반면 협동조합은 99%인 근로자가 공동으로 출자해 회사를 설립하고 그 활동에 따른 수익도 99%가 함께 나눈다. 자본이 노동을 지배하는 주식회사와 달리 노동이 자본을 지배하는 구조다.
주식회사는 주주의 수보다는 주주가 보유하고 있는 주식의 비율에 따라 의결권이 비례한다.
그러나 협동조합은 조합원의 출자금 규모와는 상관없이 한명이 한표의 의결권을 가진다. 또 협동조합은 조합원이 유한 책임을 지는 반면, 주식회사는 대주주 또는 대표이사가 무한 책임을 진다. 이런 구조 때문에 협동조합이 주식회사에 비해 의사결정 구조는 느리지만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경영이 가능하다.
◆ 협동조합 어떻게 바뀌나
협동조합기본법이 시행되면 5명 이상이면 협동조합을 설립할 수 있게 된다. 금융업을 제외한 주택, 공동육아 등 모든 분야에서 법인격을 가진 협동조합이 소규모로 설립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전에는 농업협동조합(농협), 수산업협동조합(수협), 신용협동조합(신협), 소비자협동조합(생협), 산림협동조합, 엽연초생산협동조합, 중소기업협동조합, 새마을금고 등 8개 협동조합만 허용됐다.
출자금의 3분의 2 이내에서 조합원당 대출한도를 정관에 규정토록 했으며, 이자율은 예금은행 가계대출 가중평균금리를 참작해 최고한도를 고시할 예정이다.
협동조합기본법에 따르면 협동조합은 크게 영리 추구형인 ‘협동조합’과 지역사회나 취약계층을 위한 공익사업도 하는 ‘사회적 협동조합’으로 나뉜다.
사회적 협동조합은 조합원 대상의 소액대출과 상호부조를 허용한다. 시·도가 일반 협동조합의 설립신고를, 관계부처는 사회적 협동조합의 인가신청을 각각 받는다.
협동조합은 조합원 규모가 일자리 수인 만큼, 고용 창출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협동조합기본법의 시행령을 담당했던 정부 관계자는 “2010년 취업유발계수를 기준으로 출자금 1억원당 2.5명 가량의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분석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또한 한국개발연구원(KDI)은 협동조합이 활성화되면 소비자물가가 3.14%포인트 떨어질 수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즉 협동조합 결성 효과가 10년에 걸쳐 나타나면 물가 상승률이 매년 0.31%포인트, 20년일 경우 매년 0.16%포인트 완화된다는 의미다.
◆ 19세기 중반 출범한 로치데일이 효시
협동조합은 유럽지역의 생필품 소매시장에서 지역 독과점업체에 소비자들이 자발적으로 대응하는 과정에서 출발했다.
19세기 중후반 영국에서 발생한 로치데일이 협동조합의 효시다. 1848년 맨체스터 공단에서 일하던 직공 28명이 기업주들이 밀가루에 횟가루를 섞어 팔거나 생필품을 터무니없는 가격에 내놓는 횡포에 대항해 만들었다.
로치데일은 각자 1파운드를 출자해 작은 가게를 열고 이곳에서 버터, 설탕, 밀가루 등 생필품을 저렴한 가격에 팔기 시작했다. 당시 로치데일은 ‘1인 1표를 유지하고 양성평등을 추구한다’ ‘정직한 상품만 공급한다’ ‘이득은 조합원 개개인의 구매량에 비례해 분배한다’ 등과 같은 원칙을 세웠다. 이는 후일 소비자협동조합의 운영원리로 발전된다.
이탈리아 코나드(CONAD)는 협동조합이 경제민주화를 위한 대안이 될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중소 슈퍼마켓 상인들이 모여 만든 코나드는 공동구매와 공동브랜드로 지역 소매시장에서 10% 넘는 점유율을 자랑하기도 한다.
홍석천기자 hongsc@yeongnam.com
◇ 주식회사와 협동조합 비교 | ||
협동조합 | 주식회사 | |
근거법 | 협동조합 기본법, 개별 조합법 | 상법 |
정의 | 조합원의 권익을 높이고 지역사회에 공헌하는 사업조직 | 상행위나 그 밖의 영리를 목적으로 설립한 법인 |
설립목적 | 조합원의 복지증진, 상부상조 | 이윤 극대화 |
의결권 | 출자액에 관계 없이 ‘1인 1표’ | 투자금에 비례해 ‘1주 1표’ |
자금조달 | 조합원 출자 | 증자, 채권발행 등 |
배당 | 출자금의 10% 이하로 제한 | 주주총회의 자율적 결정 |
소유권 | 조합원(이용자, 근로자, 생산자 소유 가능) | 주주 |
<자료 : 기획재정부> |
홍석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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