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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일보TV

시민 주도 새로운 기업모델…경제민주화·지역사회 문제 해결사

2014-07-19

[y스페셜] 협동조합 어디로 가야 하나?

시민 주도 새로운 기업모델…경제민주화·지역사회 문제 해결사
시민 주도 새로운 기업모델…경제민주화·지역사회 문제 해결사
토끼요리는 항암·항산화 효과는 물론 당뇨 등 성인병 예방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위). 배문수 상주토끼협동조합이사장이 기르고 있는 토끼를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손동욱기자 dingdong@yeongnam.com

지난 14일 경산시립박물관 강당에선 ‘2014 경북도 협동조합 활성화 포럼’이 열렸다. 경북도내 협동조합 설립자와 설립 희망자, 각 시·군 협동조합 담당공무원 등 100여명이 참석해 협동조합의 육성 방향과 협동조합 간 네트워크 구축을 통한 시너지 효과 제고 방안을 모색했다.

권영근 농어촌사회연구소 부이사장은 ‘경북도 협동조합 활성화 방안’이란 주제발표에서 “농촌지역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으로 협동조합운동의 활성화가 요구된다. 이를 위해 독립적이고 자주적인 교육기관을 설립해 협동조합 운동가를 양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협동조합 전문가와 현장에서 한결같이 주문하고 있는 조합원 및 시민 교육에 대한 필요성을 거듭 확인한 것이다.

우수사례 발표에선 경주 푸드앤디자인협동조합, 상주 토끼협동조합 대표가 나서 현장 사정과 애로사항, 개선점 등을 생동감 있게 설명했다.

영남일보 취재진은 이들 협동조합을 방문해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소수의 잘사는 농민보다 여러 사람 잘사는 게 중요”


상주 토끼협동조합

“소수의 잘사는 농민보다 여러 농민이 적당한 소득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게 중요합니다. 농촌 현실에 맞는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야 합니다.”

배문수 상주토끼협동조합 이사장(65)의 주장은 매우 현실적이다. 요즘은 1년 소득을 이야기할 때 모두 ‘억대’를 말한다. 그러나 연봉 1억원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로망일 뿐이다. 더욱이 농촌에서 연 1억원을 번다는 것은 소수에게만 해당되는 일이다.


소득 고르게 하기 위해
번식용 어미토끼 사육
100마리 이하로 제한
토끼 전문요리점 운영
기대 이상의 좋은 반응
“정부서 교육지원했으면”


억대 소득 농가의 속내를 들여다 보면 마냥 부러워만 할 일도 아니다. 빚더미 위에 앉아 있는 억대농도 적지 않다. 사회적 문제가 되는 농가부채의 상당 부분은 그들에게 있다. 빚 없는 억대농, 순수한 ‘대박’은 그만큼 드물다. 연소득 1천만원을 자신하는 배 이사장의 지론이 그래서 더 믿음이 간다.

무엇보다 현실적이다. 지금 농촌은 초고령화시대에 접어들었다. 65세 이상 노인의 비율이 매우 높으며,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 그들에게 새로운 작목으로 연소득 억대를 말하는 것은 매우 비현실적이다. 노인의 노동력으로 감당할 수 있는 작목이 필요하다. 상주토끼협동조합이 실현 가능한 소득을 추구하는 이유다.

상주토끼협동조합의 정관엔 ‘모토 100마리 이하’를 명시해 놓았다. 토끼를 너무 많이 기르다 보면 돈에 대한 욕심이 생겨 토끼를 제대로 돌볼 수 없으며, 그렇게 사육한 토끼가 소비자에게 결코 이롭지 않기 때문이다. 또 그렇게 해야 여러 사람이 토끼를 기르고 소득을 골고루 얻을 수 있다.

모토 100마리면 1년에 다 큰 토끼 2천500마리를 출하할 수 있다. 새끼 토끼는 100일간 7천원어치의 사료를 먹고, 2.3㎏의 큰 토끼로 성장하면 1만2천원 정도에 출하된다. 사료값을 제하면 한 마리당 5천원이 남아 연소득이 1천250만원이 된다. 월 100만원 정도인 셈이다.

“토끼는 2.3㎏에서 3.6㎏까지 가격이 같습니다. 100일을 길러서 바로 출하하지 못하면 사료값을 날리게 됩니다. 그렇지만 모토 100마리로 상인이 원하는 마릿수대로 출하하기는 불가능하지요. 그 때문에 협동조합이 필요한 겁니다. 여러 조합원이 비슷한 연령의 토끼를 출하하면 상인이 원하는 수를 맞출 수 있고 손실도 줄일 수 있습니다.”

상주시 청리면 월로리 청리 보건지소 건너편에 상주토끼협동조합의 토끼전문요리점이 있다.

협동조합의 토끼요리는 기대 이상으로 반응이 좋았다. 배 이사장은 토끼 요리가 당뇨와 고혈압·동맥경화 등을 예방하며 중금속 배출과 임신중독 해소에도 큰 도움이 된다는 것도 식당을 운영하면서 알게 됐다.

숙명여대 연구팀은 토끼 고기가 2시간 이내에 85%가 소화 흡수된다는 사실을 증명했으며, 항암·항산화 효과를 나타내는 리놀레익산, 신경정신건강에 좋은 글루타민산 등이 풍부하다는 것도 외국의 숱한 영양학자들이 인정했다.

배 이사장은 협동조합과 관련한 정부 정책에 대해 쓴소리도 했다. 협동조합의 생명은 교육인데 전무하다는 얘기다.

“토끼는 민감한 동물이어서 초보자는 제대로 키우기가 쉽지 않습니다. 위생관리도 중요한데 올바른 사육방법을 가르치는 기관이 없습니다. 정부와 지자체는 협동조합기본법까지 만들어 양성하겠다고 하지만, 정작 필요한 지원에는 손을 놓고 있는 셈이지요.”

협동조합을 바라보는 공무원의 의식도 문제다. “협동조합을 통한 토끼사육으로 소득증대를 이야기하면 공무원은 그게 되겠냐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곤 합니다. 공무원이 협동조합의 발전 가능성과 희망을 외면하고 있는데 사업이 제대로 될 리가 있겠습니까.”

상주=이하수기자 songam@yeongnam.com


조합원이 각 사업장 대표, 이사장·임원 배당 등 없어

경주 푸드앤디자인

느리지만 어우러져 함께 가는 협동조합이 대세다. 협동조합이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언론의 관심으로 새로운 기업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푸드앤디자인협동조합(푸드앤디자인)도 경제민주화를 실현하고 사회적 경제 주체들이 지역의 사회문제를 해결하고자 협동조합 대열에 합류했다.

푸드앤디자인은 탁월한 경영방침으로 설립 1년 만에 경북도내 협동조합의 롤모델로 자리매김을 하고 있다. 지난해 5월 이원찬 이사장(36) 등 사회적기업 대표 3명, 복지법인 대표 2명, 금융 대표 2명 등 7명의 조합원으로 설립됐다.


경주서 생산한 재료 원칙
급식·도시락 6천개 공급
매월 매출 3천만원 달성
취약계층 일자리 만들기
고령·실업자 등 11명 채용
경북도내 조합의 ‘롤모델’


조합원들이 출연한 800만원과 경주시 마을기업 지원금 5천만원, 시설비 1억원 대출로 경주시 알천북로 275번지에 사업장을 꾸몄다.

푸드앤디자인의 이사장 및 임원들은 배당 및 금전적인 지원을 전혀 받지 않고 있다. 조합원들이 각 사업장에서 대표로 활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푸드앤디자인의 주요사업은 △식품제조업 △컨설팅 △홍보·판축물 중개업 △사회공헌이다.

취약계층의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고령자, 한부모가정, 저소득층, 장기실업자 등 11명을 직원으로 채용했다.

먼저 식품제조업과 사회공헌 사업을 지난해 12월 시작했다. 컨설팅과 홍보·판축물 중개업 사업은 미래개발 사업이다. 식품제조업은 공공기관, 학교, 일반기업체의 급식과 행사용 도시락을 주문해 생산, 공급하는 것.

푸드앤디자인은 경주에서 생산된 농·수산물과 사회적기업, 마을기업이 생산한 제품 등 국내산 식재료 100% 사용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식재료의 으뜸인 쌀은 경주시 천북면 모아방앗간에서 공급받고 있다. 고추장·간장·된장은 사회적기업인 영양군 여성단체협의회, 청송슬로푸드 영농조합법인에서 생산된 제품을 사용하고 있다.

푸드앤디자인은 이러한 건전한 식재료로 매월 6천개의 급식과 도시락을 공급하고 있다. 현재 매월 3천만원의 매출을 달성하고 있다.

이 이사장을 비롯한 조합원과 직원들이 땀을 흘린 결과, 6개월 만에 손익분기점에 달하는 경영성과를 거뒀다.

푸드앤디자인은 경주시청 경제진흥·복지정책과, 계림초등학교, 가경복지센터, 경주여성새로일하기센터, 로컬플랜협동조합 등에 점심식사를 공급하고 있다. 또 <주>우진테크, 오피스큐경주점, 이민욱 제빵소, 종로서점 등에 도시락을 납품하고 있다.

푸드앤디자인의 경영에도 풀어야 할 숙제가 산적해 있다. 정부의 장려와 언론관심의 집중으로 협동조합이 주목받고 있지만 한 시기에 부각되는 ‘유행’에 그쳐선 안된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정부와 지자체의 직접적인 지원이 절실하다. 정부의 실질적인 지원보다는 세제지원 등으로 협동조합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

협동조합은 홍보와 판촉에도 많은 어려움이 뒤따른다. 전문가가 없고 예산을 세울 수 없어 적극적인 마케팅이 어렵다는 분석이다.

자칫 골목상권을 장악한다는 오해도 풀어야 한다. 골목상권 보호는 협동조합의 설립 목적 중 하나다. 공동체로 소상공인들과 함께 성장한다는 것이 협동조합의 기본 취지다.

이 이사장은 “양질의 급식을 제공하고 취약계층의 일자리를 만들어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기 위해 협동조합을 만들었다. 다소 시간이 걸리겠지만 공동체로 대기업 중심의 국내 경제체제를 시민 주도형으로 바꿔 수도권으로 쏠리는 자금흐름을 차단하는 것도 협동조합의 설립 목표의 하나다”라고 강조했다.

경주=송종욱기자 sjw@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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