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봄이 왔지만 아직 봄 같지 않다는 한자성어다. 만물이 소생하는 봄이 왔지만, 건강은 오히려 적신호가 켜지기 쉬운 상황을 빗대기에도 적합한 의미다. 기온이 가파르게 오르는 외부환경은 갑작스레 변화하는데 신체가 이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각종 질환에 노출되는 탓이다. '건강한 봄날'을 보내려면 바깥 환경에 신체를 서서히 적응시키려는 다양한 노력이 필요하다.
◆지속적인 피로 보일 땐 춘곤증 검사해야
춘곤증 증상은 졸음과 함께 몸이 나른해지고 식욕부진·소화불량·피로·현기증이 생기는 것이다. 해가 지고 어두워지면 몸에서는 멜라토닌이라는 호르몬이 분비돼 잠이 들게 한다. 하지만 해가 일찍 지는 겨울에 맞춰 있던 몸의 리듬이 밤이 짧아지는 환절기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봄철 피로가 생길 수 있다. 봄철에는 개학과 회식과 같은 여러 가지 일이 많아지는 것도 춘곤증을 악화시키는 요인이다. 춘곤증은 휴식·식사·운동으로 호전되지만 비정상적인 피로가 계속된다면 질병 때문에 그런지 검사해 봐야 한다. 우리나라에 흔한 간염·결핵·당뇨병 외에도 많은 질병이 피로를 유발할 수 있어 전과 다르게 피곤함이 계속되면 가까운 병·의원에서 상담이나 검사를 해 보는 것이 좋다. 춘곤증을 이겨내고 봄철에 건강을 지키는 방법은 자신의 생활 리듬을 지켜가는 것이 중요하다.
춘곤증, 식욕부진·피로·현기증 증상
비정상적으로 피로 지속 땐 질병 의심
꽃가루 알레르기, 비염·결막염 유발
황사, 감기 등 호흡기 질환 악화시켜
습도 낮고 건조한 봄철 물 많이 마시고
샤워는 미지근한 물로 15분 정도 적당
격렬한 운동보다는 천천히 강도 높여야
◆꽃가루 알레르기질환
꽃가루 알레르기 환자들은 주로 식물이 꽃을 피우는 계절에 콧물·코막힘·재채기·코 간지러움 같은 알레르기 비염과 눈 주위 가려움·충혈·눈물이 나는 결막염이 생긴다. 이 외에도 꽃가루 알레르기가 심하면 기관지 천식이나 접촉성 피부염 등이 나타나기도 한다. 꽃가루가 날리기 시작하면서 나타나는 증상은 대기 중 꽃가루 양에 따라 달라진다. 꽃가루가 사라지면 2~3주에 걸쳐 천천히 증상이 호전된다.
꽃가루 알레르기 환자들은 건조하고 바람이 많이 부는 날이나 대기오염이 심한 황사철에는 외출과 환기를 자제해야 한다. 부득이 외출할 경우 마스크 등을 착용해 호흡기 점막이 꽃가루에 노출되는 것을 피하는 것이 좋다. 외출 전후에는 세수·양치질 등을 철저하게 해야 한다. 꽃가루 혼합물 등으로 만든 건강보조식품을 꽃가루 알레르기 환자가 잘못 복용할 경우 위장관 알레르기나 심한 알레르기 반응을 보일 수 있어 조심해야 한다.
◆황사 있을 땐 외출 삼가야
황사는 주로 3~5월 사이 발생한다. 이때는 계절적으로 공기가 매우 건조하고 일교차가 심하기 때문에 우리 몸이 외부 변화에 적절히 대항할 만큼 저항력을 갖지 못해 감기 등 호흡기질환이 발생할 위험성이 높다. 계절적인 영향으로 미세먼지나 자동차 매연에 의한 대기오염의 악화와 함께 호흡기질환이 악화되기도 한다. 황사가 포함하고 있는 흙먼지 중에서 비교적 입자가 굵은 흙먼지는 주로 눈에 들어가서 안과질환을 일으킨다. 입자가 작은 흙먼지는 기관지로 들어가서 건강한 사람도 기관지염이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평소에 기관지가 좋지 않았거나 기관지 천식, 그리고 만성 폐쇄성 폐질환 등의 호흡기질환이 있던 사람들에게는 기관지를 자극해 호흡기증상을 유발하거나 악화시킬 수 있다.
◆세심한 건강관리 필요
봄에는 자외선이 강해 쉽게 피부가 손상될 수 있다. 외출할 때는 자외선 차단 효과가 있는 크림을 바르고, 피부건조를 막기 위한 수분 공급도 필수다. 비타민이 충분한 과일이나 채소 섭취가 필요하다. 자외선 차단제로 인한 비타민D 부족은 우유·치즈·요구르트 등 유제품과 콩·두부·버섯과 같은 음식으로 보충하면 좋다.
봄철에는 습도가 낮고 건조하기 때문에 피부 건조증이나 가려움증이 잘 발생한다. 이런 경우는 하루 8잔 정도 물을 마셔 수분을 충분히 공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샤워는 미지근한 물로 15분 정도 하되 잦은 목욕은 좋지 않다. 아침밥을 거르면 점심에 과식을 하게 돼 식후 졸림 현상이 심해질 수 있다. 겨우내 긴장했던 근육이 풀어지는 시기인 탓에 스트레칭과 적당한 운동을 하게 되면 근육 내 산소가 충분히 공급돼 피로개선에 도움이 된다.
겨울철에 운동을 쉬었다면 격렬한 운동보다는 평소 운동 강도의 50% 정도로 시작해 점차 강도를 올리는 게 좋다. 충분한 숙면이 피로개선에 도움이 되지만 제대로 잠을 자지 못한 경우 10~20분 정도 낮잠을 자는 것도 도움이 된다. 이유 없이 나른하고 피곤한 증상이 6개월 이상 지속이 되는 경우에는 병원을 방문하여 진찰을 받을 것을 권한다. 잠을 충분히 자거나 쉬어도 피로가 개선되지 않고 미열이 있거나 두통·근육통·기억력 감퇴·우울감이 지속되는 경우는 만성 피로증후군으로 의심돼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이런 경우는 춘곤증으로 시작해 업무 스트레스와 긴장이 해소되지 않고 지속되는 경우에 많다. 만성 피로 증후군이 있는 학생들은 노력한 만큼 학업성적이 나오지 않고, 피로가 가중되며 기억력이 떨어지게 되어 슬럼프에 빠지게 되는 결과가 초래된다. 이런 경우 예외 없이 불안하거나 우울한 증상이 동반될 수 있다. 따라서 정확한 진단을 거쳐 치료를 받아 원래 컨디션을 회복할 필요가 있다.
강승규기자 kang@yeongnam.com
▨도움말=정승필 영남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김대현 계명대 동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강승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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