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킷브레이커 4년만에 발동
일각선 외국인 '엑소더스' 우려
장중 현물 1조5천억원 순매도
5일 코스피는 전장 대비 234.64포인트(8.77%) 하락한 2,441.55에 장을 마쳤다. 코스닥은 88.05p(11.30%) 내린 691.28로 마감했다. 연합뉴스 |
최악의 하루였다. 5일 국내 증시가 '패닉셀(공황매도)'에 의해 초토화됐다. 미국의 경기침체 전망과 중동 확전 가능성, 엔화 절상에 따른 '엔 캐리 트레이드(엔화를 저리로 빌려 고수익 자산에 투자)' 청산 본격화 우려 등 유동성 환경이 급격히 악화된 데 따른 영향으로 풀이된다.
국내 증시가 폭락하면서 외국인 투자자의 '엑소더스'가 본격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장 대비 234.64포인트(8.77%) 하락한 2,441.55로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으로는 역대 최대 하락폭이다.
지수는 전장보다 64.89포인트(2.42%) 내린 2,611.30으로 출발해 가파르게 낙폭을 키우며 2,600선과 2,500선을 차례로 내줬다. 급기야 오후 2시14분쯤에는 8% 넘게 하락하며 유가증권시장에 '서킷브레이커'가 발동, 거래가 20분간 일시 중단되기도 했다.
거래 재개 직후에도 코스피 지수는 10% 넘게 빠지면서 2,400선마저 붕괴됐다가 장 마감 직전 낙폭을 다소 줄였다.
코스닥 지수도 전장 대비 88.05포인트(11.3%) 하락한 691.28에 마감했다. 장 초반부터 폭락을 거듭하면서 600대로 내려앉았다. 코스닥시장은 코스피보다 이른 오후 1시 56분쯤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다.
국내 증시에서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된 것은 2020년 3월19일 이후 4년5개월여만이다. 당시에도 코스피·코스닥 시장에 서킷브레이커가 동시에 발동됐다.
이날 일본과 대만 등 아시아 주식시장도 급락세를 면치 못했다. 일본 닛케이지수는 직전 거래일보다 12.4% 하락한 31,458에 장을 마감했다. 대만 가권지수 역시 전일 대비 8% 넘게 떨어졌고,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자산 시장도 충격을 피하지 못했다.
아시아 자산시장이 급작스럽게 무너진 것은 여러가지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미국의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감이 크게 작용했다. 실업률이 시장 전망치를 웃도는 데다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는 시장 전망치를 밑돌았다.
더욱이 엔비디아, 애플 등 빅테크 기업의 실적 부진까지 겹친데다 중동 상황도 여의치 않다. 가자 전쟁의 확전을 우려한 미국은 아랍국을 통해 보복을 만류하려 했으나 이란이 이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엔화의 급격한 상승도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는 한 원인으로 꼽힌다. 엔화로 투자한 자산가치가 하락할 경우 사들였던 해외 자산을 되파는 현상이 본격화하면서 패닉셀을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외국인 자금 이탈의 가속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 외국인들은 이날 증권시장에서 주식 현물을 1조5천281억원 순매도했다.
박종진기자 pjj@yeongnam.com
☞서킷브레이커=증권시장에서 거래를 일시 중단하는 제도. 국내에선 전일 종가보다 8% 이상 하락한 상태가 1분간 지속되면 발동된다.
박종진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