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성폐렴 60대 여성 건강회복 퇴원
수도권 대형병원 의존 탈피 전환점

대구가톨릭대병원 의료진과 폐이식 환자가 성공적 수술과 퇴원을 기념하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번 수술은 대구·경북권 최초로 시행된 폐이식으로, 환자는 건강을 회복해 최근 퇴원했다.<대구가톨릭대병원 제공>
대구가톨릭대병원이 대구경북권 최초로 시행한 폐이식 수술환자가 건강을 회복해 퇴원했다. 장기이식 중에서도 가장 어려운 수술로 꼽히는 폐이식을 지역에서 자체적으로 성공시킨 사례다. 그간 수도권 대형병원에 의존해온 의료계 현실을 바꾸는 하나의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26일 영남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폐이식 수술을 받고 이번에 퇴원한 환자는 60대 여성이다. 지난 2월5일 급성 폐렴으로 입원했다. 특별한 지병은 없었지만 상태가 급격히 악화돼 2월28일 기관삽관 후 인공호흡기를 달았다. 3월5일엔 체외막산소공급(ECMO)까지 시작했지만 호전되지 않았다. 결국 의료진은 뇌사자 기증을 통한 폐이식을 결정했고, 4월13일 양측 폐 이식을 단행했다. 이후 장기간 집중 치료와 재활을 거쳐 지난 23일 건강한 상태로 병원문을 나설 수 있었다.
폐이식은 수술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거부 반응과 감염 위험이 크다. 수술 후 집중 치료와 장기간의 재활 관리가 필수다. 이번 환자 역시 수술 직후 여러 합병증 위험에 노출됐지만 다학제 협진 체계가 유기적으로 작동하며 회복을 할 수 있었다. 이 수술과 치료에는 △심장혈관흉부외과 배지훈·박기성·전윤호·이철호 교수 △호흡기내과 정치영·김은진·정수균 교수 △마취통증의학과 정진용·이준석·김동혁 교수 등 각 분야 의료진이 한 팀처럼 움직였다.
배지훈 심장혈관흉부외과장은 "폐이식은 수술 자체의 난이도뿐 아니라 수술 전후 집중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며 "환자가 건강하게 퇴원할 수 있었던 건 다학제 협력과 환자의 강한 의지가 함께한 결과"라고 말했다.
김윤영 병원장은 "폐이식은 환자에게 다시 숨 쉴 수 있는 삶을 선물하는 소중한 수술"이라며 "앞으로 지역민들이 수도권까지 가지 않고도 세계적 수준의 장기이식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대구가톨릭대병원은 2022년 대구경북 최초로 폐이식 수술을 성공했지만 당시 환자의 예후는 좋지 않았다. 이후 서울아산병원과 긴밀히 협력하며 선진 의료기술과 경험을 축적했다. 이번 환자의 퇴원은 그간의 준비와 노력이 실제 환자의 생명을 구하는 성과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크다.
이번 성과는 한 개인의 생명을 살렸다는 차원을 넘어선다. 폐이식이 더 이상 서울 일부 병원만의 영역이 아니라 대구경북에서도 충분히 가능한 수술이라는 점을 지역 환자와 가족들에게 확실하게 입증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수도권 병원 의존'이라는 고질적 벽을 허물었다는 의미도 있다. 수도권-비수도권 간 의료 격차 해소를 향한 중요한 첫발이자, 지역 환자들에게 '희망의 숨'을 되찾아준 상징적인 사례로 기록될 전망이다.

강승규
의료와 달성군을 맡고 있습니다. 정확하고 깊게 전달 하겠습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