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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예미경 대구가톨릭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 “감기 뒤 냄새 안 난다면…절대 가볍게 넘기면 안 돼”

2025-12-14 15:59

감기·코로나 뒤 ‘후각 상실’ 급증…가장 흔한 원인 따로 있어
발병 후 1년이 회복의 분수령…“골든타임 지나면 되돌리기 어려워”
영상은 정상인데 냄새만 사라졌다?…숨은 원인 찾는 진단 어려움
1·2형 축농증에 따라 후각 손상 양상 전혀 달라
후각 재활·생물학적 제제까지…후각 치료 새 국면

예미경 대구가톨릭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가 후각장애 원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지용기자 sajahu@yeongnam.com

예미경 대구가톨릭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가 후각장애 원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지용기자 sajahu@yeongnam.com

후각은 단순히 냄새를 맡는 감각을 넘어 기억과 감정을 자극하는 중요한 통로다. 하지만 감기나 코로나19 같은 흔한 질환을 계기로 갑자기 사라지거나 왜곡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냄새가 전혀 느껴지지 않거나, 익숙한 향이 이상하게 변하고, '맛이 없다'는 이유로 병원을 찾는 환자도 늘고 있다.


후각 장애는 원인에 따라 회복 가능성과 치료 전략이 크게 달라진다. 특히 치료 시기를 놓치면 회복이 어려워질 수 있어 조기 진단과 적절한 대응이 중요하다. 예미경 대구가톨릭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를 만나 후각 장애의 주요 원인부터 치료의 골든타임, 최근 달라진 치료 환경,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관리법까지 짚어봤다.


▶KBS '생로병사의 비밀'에서 후각 상실 사례가 소개됐다. 가장 흔한 증상은.


"후각 상실 증상은 생각보다 다양하다. 가장 흔한 표현은 '냄새가 전혀 안 난다'이지만, 실제로는 '전보다 둔해졌다', '이상한 냄새만 난다', '냄새 구분이 안 된다'처럼 미세한 변화를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어떤 환자는 계속 썩은 냄새가 난다며 괴로워한다. 반대로 아무 냄새도 느껴지지 않아 우울감을 호소하기도 한다. 의외로 '맛이 없다'며 찾아오는 환자도 많다. 검사해보면 미각은 정상이고 후각 저하 때문에 맛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흔하다.


원인으로는 감기나 코로나19 같은 바이러스 감염이 가장 흔하다. 그다음이 만성 부비동염이다. 외상이나 낙상 후 후각신경 손상, 알츠하이머·파킨슨 같은 신경퇴행성 질환과 연관된 경우도 있다. 나이가 들며 서서히 떨어지는 연령 관련 후각 감소는 치료가 상대적으로 쉽지 않다."


▶치료 시기가 왜 중요한가.


"후각 신경은 재생이 가능한 신경이지만, 언제나 회복되는 건 아니다. 임상적으로는 발병 후 1년 이내가 '골든 타임'이다. 이 기간 안에 치료를 시작하면 회복률이 크게 올라가지만, 1년이 지나면 재생 가능성이 빠르게 떨어진다. 그렇다고 감기 걸리고 며칠 만에 병원에 올 필요는 없다. 감기나 코로나 이후 1~2개월 정도 지켜봐도 냄새가 전혀 돌아오지 않을 때 병원을 찾으면 된다. 문제는 5~10년 지나서 오는 환자들이다. 이런 경우 발병 시기가 너무 오래돼 예후 판단이 어렵고, 이미 재생 능력이 상당히 떨어져 있는 경우가 많다. 후각 장애는 '조금 불편하지만 살아지는 문제'가 아니라, 초기 치료 여부가 회복을 좌우하는 시기 의존적 질환이라는 점을 꼭 인지해야 한다."


예미경 대구가톨릭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가 후각장애 원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지용기자 sajahu@yeongnam.com

예미경 대구가톨릭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가 후각장애 원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지용기자 sajahu@yeongnam.com

▶진단 과정에서 무엇이 어렵나.


"CT나 MRI에서 축농증이나 폴립, 종양 같은 원인이 보이면 진단은 비교적 쉽다. 어려운 경우는 영상이 깨끗한데 후각만 떨어졌을 때다. 이때는 바이러스 감염으로 인한 후각신경 손상이나 뇌 안쪽 후각 중추 문제를 함께 고려한다. 바이러스성 손상은 회복 여지가 있지만, 알츠하이머처럼 신경회로 자체가 손상된 경우는 예후가 좋지 않다. 환자가 언제부터 냄새가 사라졌는지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후각 장애는 문진이 무엇보다 중요해, 발병 시점과 계기를 파악해야 예후를 가늠할 수 있다. 특히 65세 이후 특별한 감염이나 외상 없이 서서히 진행됐다면 신경퇴행성 질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후각 검사와 필요 시 인지기능 검사, MRI까지 함께 시행한다."


▶최근 몇 년 사이 후각 질환 진료 환경이 어떻게 달라졌나.


"과거에는 후각 장애가 있어도 뚜렷한 치료법이 없어 경과를 지켜보는 경우가 많았다. 환자도, 의료진도 후각을 크게 주목하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진료 환경이 많이 달라졌다. 후각 재활 훈련이 표준 치료로 자리 잡았고, 꾸준히 시행하면 회복에 도움이 된다는 근거도 쌓였다. 여기에 2형 염증을 표적으로 한 생물학적 제제가 도입되면서, 예전보다 심한 부비동염이나 폴립 환자에서도 후각 회복 가능성이 크게 높아졌다. 지금은 환자 상태에 따라 수술과 약물, 재활훈련, 생물학적 제제를 조합하는 맞춤 치료가 가능해졌다."


▶만성 축농증은 후각에 어떤 차이를 만들고, 치료 전략은 어떻게 다른가.


"축농증 가운데 후각 저하가 문제 되는 경우는 주로 만성 부비동염(만성 축농증)이다. 만성 부비동염은 염증 유형에 따라 비(非)2형과 2형으로 나뉜다. 비2형 축농증은 세균 감염이나 구조적 문제로 발생하며, 누런 콧물과 코막힘이 주증상이다. 염증을 제거하면 후각도 비교적 잘 회복된다. 반면 2형 축농증은 호산구성 염증이 주도하고 비강 폴립이 잘 생겨 재발이 잦다. 폴립과 만성 염증으로 후각 통로와 후각 상피 기능이 손상돼 후각 저하가 더 심하고 오래가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스테로이드나 생물학적 제제 등 염증 조절 치료가 중요하다."


예미경 대구가톨릭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가 후각장애 원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지용기자 sajahu@yeongnam.com

예미경 대구가톨릭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가 후각장애 원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지용기자 sajahu@yeongnam.com

▶생물학적 제제는 어떤 방식으로 염증을 조절해 후각 회복을 돕나.


"스테로이드는 염증 전체를 광범위하게 억제하는 방식이다. 효과는 빠르지만 장기간 사용하면 부작용이 많다. 반대로 생물학적 제제는 2형 염증 경로만 선택적으로 차단한다. IL-4, IL-5, IL-13 같은 염증 신호를 막아 호산구 반응을 억제하고, 그 결과 점막 부종이 줄어들고 후각세포 주변 환경이 안정된다.


손상된 후각세포가 재생할 시간과 공간이 확보되기 때문에 후각 회복률이 높아진다. 재발을 반복하는 심한 환자들에서 특히 효과적이며, 스테로이드 의존도를 줄인다는 점도 큰 장점이다."


▶후각이 약해진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식습관·생활습관은.


"식사는 국에 말아 먹기보다 반찬을 나눠 천천히 씹는 게 좋다. 씹는 동안 음식 향이 코 뒤로 넘어가 후각 자극이 자연스럽게 일어난다. 음식은 차갑게 먹을 건 차갑게, 따뜻할 건 충분히 따뜻하게 해 온도와 식감의 차이를 느끼는 것도 도움이 된다. 마늘이나 생강, 고추, 박하처럼 알싸하고 매운 재료를 활용하면 후각이 떨어져도 비교적 남아 있는 감각을 살릴 수 있다. 먹으면서 '이건 사과 향이다'처럼 냄새에 이름을 붙이는 습관은 뇌의 후각 기억을 깨우는 데 도움이 된다. 완치법은 아니지만 남아 있는 후각 기능을 끌어올리는 데 효과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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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승규

사실 위에 진심을 더합니다. 깊이 있고 따뜻한 시선으로 세상을 기록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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