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가족들과 '신천 스케이트장'을 찾았다. 썰매장 바로 옆, 아이들을 위해 마련된 '눈놀이터'에 사람들이 가장 많았다. 눈놀이터는 인공눈으로 만들어진 공간이었지만, 대구에서는 겨울이 돼도 눈을 쉽게 접할 수 없었던 만큼 아이들의 웃음소리로 가득했다. 어린 아이들은 마치 눈을 처음 만져보는 듯 조심스럽게 손에 얹고선 온몸으로 찬 기운을 느꼈다.
눈입자들을 가만히 들여다보니 눈보다는 얼음에 가까웠고 발길이 잦은 곳은 녹고 얼어붙기를 반복하며 미끄럽기까지 했지만 아이들은 스케이트장이나 썰매장보다 눈놀이터에 오래도록 머물고 싶어했다. 이제 갓 걸음마를 시작한 아이부터 중학생쯤 돼 보이는 아이들까지 꽁꽁 얼어붙은 눈덩이를 파헤쳐보고 흩뜨려보는 단순한 놀이에 푹 빠져 있었다. 눈사람을 만들기도 하고 안내요원의 눈을 피해 눈싸움을 하기도 했다. 눈은 어느덧 대구 사는 아이들에게 특별한 체험이 돼버린 듯했다.
추위보다는 더위로 이름난 지역답게 대구는 원래 눈이 잦은 지역이 아니다. 눈이 내리더라도 간밤에 '도둑눈'이라 불릴 만큼 소리 없이 잠깐 내렸다가 동이 트면 녹아 흔적을 감춰버리는 눈이 전부였다. 올해 겨울에는 그마저도 보기 어려워졌다. 단순 체감이 아니라 수치로도 확인된다. 대구를 포함한 영남 내륙지역은 지난 수십년간 겨울철 평균기온 상승폭이 뚜렷하다. 특히 겨울철 최저기온 상승이 두드러지며 강수 형태 역시 눈보다 비로 바뀌는 경향이다. 대구의 적설일수는 과거에 비해 눈에 띄게 줄었고 앞으로도 감소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눈은 '보기 힘든 현상'을 넘어 '이상현상'이 돼가고 있는 것이다.
기후변화는 더 이상 먼 미래의 경고가 아닌 현재 진행 중이다. 겨울은 짧아지다 못해 사라질 전망이다.
기상청이 최근 기후정보포털을 통해 공개한 '기후변화상황지도'를 분석한 결과 현재 수준과 유사하게 온실가스 배출을 지속한다면 21세기 후반기(2081~2100년) 대구에서 겨울은 다시 볼 수 없는 계절이 될 것으로 예측됐다. 대구의 겨울은 현재 86일에서 2081년부터 0일로 사라지고 여름이 길어지게 된다. 일 최고기온은 21세기 후반기 45.6도까지 올라 현재보다 8.4도 높아지고, 일 최저기온은 -5.7도로 현재보다 5.8도 높아진다. 1일 최다강수량은 153.9㎜로, 현재보다 38.6㎜ 많아진다. 머지않아 대구에서는 눈뿐 아니라 추위를 체험하는 행사장이 생길 것만 같다. 눈은 우리나라가 아닌 다른 나라를 가야 볼 수 있는, 신기한 기상현상이 될 것만 같다.
그래서일까. 아이들이 두 볼 빨개지도록 신천에서 인공눈을 만지며 노는 장면이 유난히 오래 기억에 남는다. 눈이 내리는 겨울을 기억하는 세대와 눈을 그저 '체험'하는 세대 사이의 간극은 그렇게 조금씩 넓어지고 있었다.
김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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