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속의 사람들 다시 北으로 끌려가면…
중국 길림성 연변조선족자치주 도문시 초입에 위치한 도문탈북자수용소 전경. 오른쪽은 본부 건물이고, 왼쪽이 수용소다. 이곳을 거쳐간 적 있는 탈북자들의 증언을 종합해 수용소 감옥의 내부모습을 그래픽으로 재연했다. 사진=박진관기자 pajika@yeongnam.com 그래픽=최은지기자 jji1224@yeongnam.com |
중국 길림성 연변조선족자치주 도문(圖們)시.
도문시는 연변에서 유일하게 두만강에 붙은 도시다. 옛 이름은 회막동(會幕洞). 만주어로 투먼싸이친(圖們色禽)이다. 싸이친은 ‘강’이란 뜻이다. 일제 때는 토문(土們) 또는 두만(豆滿)이라고도 불렀다. 도문에서 남·서쪽 두만강 상류로 가면 연변의 연길, 용정, 화룡이 나온다. 이 도시들과 맞닿은 북한의 도시는 각각 종성, 회령, 무산이다. 세종 때 김종서 장군이 개척한 4군6진으로 한반도의 머리 부분이다. 도문시는 두만강을 사이에 두고 북한의 온성군 남양면과 마주보고 있다.
두만강은 19세기말부터 일제강점기, 광복, 6·25전쟁을 거쳐 지금까지 민족의 아픈 역사를 줄곧 지켜보고 있다. 1936년에 발표됐던 김정구의 노래 ‘눈물 젖은 두만강’은 여전히 ‘눈물 젖은 강’이다. 당시엔 나라를 빼앗긴 망국민의 눈물로 범벅이 된 강이었지만 지금은 나라를 버린 탈북동포의 눈물로 얼룩진 강이다.
두만강은 백두산 천지로 가까이 갈수록 강폭이 좁아진다. ‘삼수갑산(三水甲山)’이라 했던가. 산세도 더 험하다. 그렇기에 북한을 이탈하는 대부분의 동포들은 이곳을 주요 탈출경로로 삼는다. 하지만 도강은 목숨을 건 도박이다. 수만여명의 북한동포가 월강(越江)에 성공해 중국에서 유랑하고 있는 이면에 매년 수천명의 동포가 북한으로 압송되고 있다. 이들의 삶은 긴장의 연속이다. 무국적자라서 언제든지 잡히면 강제송환되기 때문이다.
불운하게도 중국에서 붙잡힌 탈북동포가 반드시 거치는 곳이 있다. 바로 도문탈북자수용소다.
아우슈비츠가 유태인전용 수용소라면 도문수용소의 수감자는 모두 탈북동포다. 중국에서 붙잡힌 탈북동포는 짧게는 하루, 길게는 2~3년 수감됐다 북한으로 압송된다. 도문수용소는 아우슈비츠처럼 인체실험을 하거나 홀로코스트를 하지 않지만 탈북동포에겐 지옥이나 마찬가지다.
2005년 크리스마스 이브, 기자는 1년간 연변에서의 연수를 마치고, 귀국하기에 앞서 동료와 함께 ‘탈북의 강’을 답사했다. 강은 꽁꽁 얼어붙어 있었다. 그동안 열 번도 넘게 도문을 왕래했지만 이때 처음으로 도문수용소를 목격하게 된다. 수용소에서 북-중 국경까지는 차로 5분 거리밖에 안 된다. 수용소 앞은 가야하(河)가 흐르고, 뒤로는 백두에서 뻗은 산맥이 병풍처럼 둘러싸여 있다. 높은 담장과 철조망, 감시탑이 보이고 중국국기인 오성홍기가 펄럭이고 있었다. 당시 차에서 내려 수용소 건물을 가까이서 촬영하고 싶은 마음을 접어야 했던 기억이 난다.
최근 탈북동포의 북한송환 문제가 세계적인 인권이슈로 떠오르면서 도문수용소와 북한이탈 주민에 대한 관심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특히 철저히 베일에 가려져 있던 도문수용소에 대한 실상이 이곳을 거친 탈북동포의 증언으로 하나하나 세상에 드러나고 있다.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의 탈북동포 정책이 ‘조용한 외교’였던 반면, 이명박 정부가 ‘공개외교’ ‘국제적 사안’으로 전환했기 때문에 도문탈북자수용소가 부각됐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한다.
일각에서는 왜 하필 총선을 코앞에 둔 이 시점에 굳이 탈북자문제를 끄집어내 정치적 이슈로 만드는가 하는 의심의 눈길도 보낸다. 하지만 보수든 진보든 진영의 논리를 떠나 탈북자에 대한 보편적 인권을 외면할 수는 없다.
이번 호 커버스토리는 도문탈북자수용소를 거쳐 북한으로 압송됐다 다시 북한을 탈출해 대구에서 살고 있는 탈북동포의 증언을 들어보았다. 또 북한이주민을 돕고 있는 북한이주민센터와 이들의 아픔을 공감하면서 사랑을 나누는 자원봉사자의 이야기도 함께 실었다.
박진관기자 pajika@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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