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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여대생 피살 경찰 ‘헛다리 수사’ 일주일간의 악몽

2013-06-03

성범죄 전과자 조씨 파악엔 ‘후순위’
택시기사 행방에만 치중…시민은 제보 외면 ‘무관심’…사건 해결 늦어 불안 가중
여대생 휴대폰 켜진 산격동 ‘성범죄 알림e’ 조씨 거주 유력한 용의선상 올렸어야
구호뿐인 ‘4대악 척결’ 사회안전망 결속 필요

대구 여대생 피살 경찰 ‘헛다리 수사’ 일주일간의 악몽
대구 여대생 피살 경찰 ‘헛다리 수사’ 일주일간의 악몽
1일 대구 여대생 피살사건을 수사 중인 대구 중부경찰서와 대구지방경찰청 소속 과학수사계 경찰관들이 대구시 북구 산격동에 위치한 피의자 조명훈(25)의 원룸 앞에서 현장감식을 하고 있다. 이현덕기자 lhd@yeongnam.com

한동안 지역사회를 발칵 뒤집어놓으며 부녀자 외출도 머뭇거리게 했던 대구 여대생 남모씨(22) 피살사건이 지난 1일 용의자 검거로 일단락되는 분위기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뻥 뚫린 사회안전망을 여실히 드러낸 것이어서 씁쓸한 뒷맛을 남겼다. 남씨의 시신발견 후 피의자 조명훈(25)이 검거되기까지 일주일 동안 경찰은 헛다리 수사로 일관해 사회불안을 가중시켰다.

사건과 연계선상에 있었던 시민은 제보를 외면하는 등 무관심으로 일관해 사건해결을 더디게 했다. 날로 흉악해지는 강력범죄에 대처하고 있는 지역사회의 자화상이다.

우선, 이번 사건수사 과정에서 나타난 경찰의 수사방식은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갈팡질팡하는 경찰의 모습은 시민에게 ‘안심치안’ 이미지를 심어주기에는 태부족했다.

당초 경찰은 살해된 남씨의 휴대폰이 북구 산격동에서 켜졌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산격동에는 성범죄자를 알려주는 사이트 ‘성범죄알림e’을 통해 사건 용의자인 조명훈을 포함, 성범죄 전과자 3명이 주거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의 신원파악만 제대로 했어도 수사를 단축시킬 수 있었다. 하지만 경찰은 이들에 대한 신원파악은 후순위로 미룬 채 오직 남씨를 태운 택시기사의 행방을 쫓는 데만 주력했다. 수사역량 집중도 좋지만 아무런 단서도 없이 진행하는 초동수사 단계에서 다른 가능성도 염두에 뒀어야 한다는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경찰은 남씨의 시신발견 후 중구 삼덕동 클럽 내 CCTV 속에서 숨진 남씨 일행에게 조와 친구가 추근대는 정황도 포착했다. 이 과정에서 당연히 이들을 유력한 용의선상에 올려야 했다. 결국 경찰은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해 붙잡은 택시기사를 추궁하는 과정에서 조명훈의 존재를 알고, CCTV 속에 포착된 조의 사진 한장을 들고 부랴부랴 해당 클럽을 찾아 조를 체포했다. 경찰은 그의 이름조차 모르고 있었다.

조명훈이 해당 클럽에 없었다면 정황상 제2, 제3의 피해자가 생길 수 있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아찔한 순간이었다. 경찰조차도 “운이 참 좋았다”고 말할 정도였다. 결과적으로 택시기사가 유력 용의자로 몰리면서 다수의 택시기사만 시민의 눈총을 받으며 마음고생을 해야 했다.

이번 수사를 위해 경찰은 관할 중부경찰서 외에 대구경찰청 광역수사대, 폭력계 등 무려 100여명이나 투입했다.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지탄을 받는 답답한 상황을 연출하고 말았다.

일각에선 이번 경찰의 수사를 보며 정부의 4대 사회악 척결 관련 지역 평가를 의식한 나머지, 실적쌓기(검거)에만 함몰돼 중심을 잡지 못한 것이 아니냐는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더욱이 이 사건발생의 진원지인 중구 삼덕동은 현직 대통령의 출생지이기도 하다.

이에 대해 경찰은 “남씨가 실종 직전 탔던 택시만 일단 찾으면 운전기사를 상대로 혐의를 조사하거나, 아니면 제3의 인물을 찾는 단서로 삼을 수 있을 것으로 봤다”며 “실제로 택시기사를 조사한 끝에 조씨를 용의자로 특정할 수 있었다”고 해명했다.

이 사건과 관련해 시민의 신속한 제보가 없었던 점도 안타까움을 줬다. 수사해결의 단서를 찾지 못한 경찰은 신고보상금 1천만원을 내걸었다. 하지만 이렇다 할 결정적 제보는 없었다. 탐문 수사과정에서 이 원룸 주변에 거주하던 주민들은 당시 괴성을 들었다고 술회했다. 하지만 이들은 끝내 침묵으로 일관했다.

직장인 김모씨(36·대구시 수성구 범어동)는 “이번 사건에 대해 우리 사회는 정말 아프게 받아들여야 한다”며 “특히 경찰은 보다 진정성 있는 4대악 척결을 위해 사회안전망을 더욱 촘촘히 결속시켜야 한다”고 꼬집었다.

최수경기자 justone@yeongnam.com
최우석기자 cws0925@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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