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공항 ‘최악의 시나리오’경계령
최근 수도권 여론이 대구 등 영남권 4개 시·도와 부산 간의 유치경쟁을 지역갈등으로 부각시키자 이에 부담을 느낀 정부가 ‘김해공항확장’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는 밀양과 가덕도를 신공항 후보지로 밀고 있는 영남권 5개 시·도 모두가 원치 않는 최악의 시나리오다.
결론부터 말하면, 김해공항 확장카드는 이미 오래전 버려진 카드다. 재론할 가치조차 없는 사안이다.
2002년 한국교통연구원과 2007년 국토연구원의 김해공항 확장관련 연구자료가 이같은 상황을 뒷받침해준다. 이 자료들에 따르면 1976년 8월 개항한 김해공항은 꾸준히 늘고 있는 항공수요를 충당하기엔 시설이 턱없이 부족하다. 그렇다고 확장도 여의치 않다.
폐기 처분된 카드 불구 또 주목
갈등 해소책으로 부각될 우려
4개 시·도 “입지 꼭 결정해야”
김해공항을 확장하려면 우선 기존 북측 고정 장애물(돗대산·신어산 등)을 제거해야 한다. 이 장애물 때문에 비행기는 우회해서 이·착륙을 해야 한다. 특수한 기술과 자격 등을 가져야 이·착륙할 수 있다는 얘기다. 자연히 안전사고에 노출될 우려가 크다. 실제 2002년 4월15일 김해공항에 착륙하려던 민항기가 활주로를 선회해 착륙을 시도하다가 돗대산(해발 204m)에 걸려 추락해 탑승객 129명이 숨지는 사고가 났다. 하지만 돗대산·신어산을 제거하는 비용만 25조~30조원으로 추정됐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여기에다 군사시설(K1) 이전 및 주변 시가지 소음발생 문제도 골칫거리다. 공항을 확장하려면 주변 남해지선 고속도로를 지하화해야 하는 큰 부담이 따른다.
부산도 이같은 김해공항 확장의 한계점을 명확히 알고 있기 때문에 가덕도에 신공항을 건설하려하는 것이다.
저촉되는 장애물이 적은 방향으로 교차 활주로를 건설한다고 해도 적잖은 제약이 따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7천억~3조4천억원의 사업비가 드는데 활주로 시설용량은 5~10%만 증가해, 투자 효율성이 현저히 떨어지는 것으로 평가됐다. 군사공항을 겸하고 있는 김해공항의 현재 시설용량은 연간 15만2천회다. 이 가운데 민항부문은 11만8천회 정도다.
갈수록 늘어나는 항공수요를 따라가기도 역부족이다. 파리공항공단이 2014년 8월 발표한 영남권 항공수요조사 결과를 보면, 영남권에서 공항이용객이 가장 많은 김해공항의 수요는 2020년 1천487명, 2023년 1천700만명, 2030년 2천162만명, 2040년 2천497만명에 이를 것으로 예측됐다. 파리공항공단은 항공수요가 계속 증가함에 따라 김해공항은 2023년쯤부터 활주로가 혼잡할 것으로 예상됐다. 올 5월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은 영남권의 항공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 2046년에는 4천만명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한마디로 김해공항의 짧은 활주로(2천700m, 3천200m)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활주로가 좁다보니 대형 항공기의 이·착륙도 불가능하다. 정부는 북미와 유럽 등 중장거리 노선 확충을 염두에 두고 신공항사업을 추진했다. 김해공항의 현재 여건으로는 A380, B747-400 등 최근 등장하는 대형 여객기를 수용할 수 있는 3천800m급 활주로 확장은 언감생심이다.
영남권 4개 시·도는 “우리는 대구공항과 김해공항의 민항부문 이전을 통한 ‘통합 신공항’을 원한다. 정부는 이미 시설확장이 불가하다고 판정된 김해공항 확장이라는 어정쩡한 카드는 생각지도 말아야 하며, 반드시 밀양과 가덕도 중에서 신공항 입지를 결정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최수경기자 justone@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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