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환영 속 미묘한 온도차
여야는 남북이 고위 당국자 접촉을 통해 합의를 이룬 것에 대해 한목소리로 환영의 뜻을 나타내면서도 미묘한 온도차를 드러냈다. 새누리당은 남북 고위급 접촉이 전격 타결된 것은 정부의 ‘강력 응징론’이 적중했다고 분석한 반면, 새정치민주연합은 문재인 대표가 고수해온 ‘대화론’이 결국 주효했다는 점을 집중 부각하는 모습이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이날 전체회의에서 “북한의 무력도발을 막는 유일한 방법은 도발의 싹을 가차 없이 잘라내서 북한이 스스로 두려움을 갖고 도발을 포기하게 만드는 것”이라며 “평화는 반드시 힘의 우위 속에서만 지켜진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가 남북 합의 이후에도 이 같은 강경론을 유지하는 것은 안보·국방 사안에는 “단호하고 엄중한 대처가 유일한 해법”이라는 평소의 소신이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 측근들의 전언이다. 과거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피격에서 보듯 우리 군(軍)이 북한의 도발을 철저히 응징하지 않는다면 ‘도발-대화-보상-재도발’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 당 안팎에서는 김 대표의 강력 응징론이 박근혜 대통령의 ‘안보원칙을 염두해 둔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박 대통령이 북한의 도발 이후 엄중 대응에 나선 것에 대해 집권여당의 대표로서 대통령의 뜻을 뒷받침한다는 것이다.
반면, 새정치연합은 이번 사태 초기에 문재인 대표가 여당의 강경 응징론 속에서 대화를 기반으로 한 평화적 사태 해결을 주장한 것을 집중 부각시키면서 이후에도 문 대표가 통일 의제에서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한다는 주문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문 대표는 사태 초기 여당이 ‘강력 응징론’을 들고 나오자 대화를 기반으로 한 평화적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맞서면서 조건 없는 남북 고위급 접촉을 제안했다. 문 대표는 일단 상황을 살피면서 금강산관광사업 재개 및 5·24조치 해제 등 야당이 지속적으로 요구해온 사안들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북한군의 군사도발로 인해 잠시 주춤했던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의 후속조치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당내에서는 박 대통령이 이번 고위급회담을 계기로 강력한 외교·안보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문 대표의 행보가 주목을 받을 수 있을지 우려하고 있다.
김정률기자 jrkim82@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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