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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이 봄엔 통영으로 오세요 ‘연정의 항구’ 통영으로 오세요

2016-03-18

[이춘호기자의 봄여름가을겨울] 1부 봄 이야기-통영에서의 1박2일

그대 이 봄엔 통영으로 오세요  ‘연정의 항구’ 통영으로 오세요
남해발 동백꽃은 가지에서 땅에서 지천으로 피고 진다. ‘남해안 봄 1번지’로 예로부터 ‘문화예술인의 마음의 고향’으로 각인된 통영은 지명 자체에서 봄냄새가 피어난다. 한국 벽화문화의 신기원을 이룬 동피랑과 사이좋게 앉은 남망산 조각공원 올라가는 중간에서 바라본 통영의 자궁 같은 강구안. 조업을 위해 출어중인 통통배를 환한 미소로 바라보는 동백꽃이 이 계절 절정의 ‘감탄사’ 같다.

통영(統營)!

오랫동안 군사도시였는데도 너무 화사하다. ‘느낌표’가 어울릴 것 같다. 지명에서 봄이 어른거린다.

통영 바다. 그 앞에 봄이란 말을 붙여야 그 바다가 완성될 것 같다. 전라도와 경상도 해안의 봄, 그 경계에서 ‘통영의 봄’이 피어난다.

나그네는 또 묻는다. 통영발 봄의 주소가 어딘지. ‘한려수도’와 ‘동백꽃’이라기엔 통영의 내공은 너무 ‘아틱(예술적)’하다. 이 무렵 한국 언론이 조건반사적으로 우려먹는 통영의 봄맞이 2대 음식인 도다리쑥국과 멍게비빔밥 이야기를 서두에 깔기엔 통영은 미식(美食)보다 너무나 ‘미학적(美學的)’인 곳이다.

또 통영!

‘연정(戀情)의 항구’였던가. 백석 시인은 조선일보 직장 친구의 결혼식 참석차 1936년 통영에 왔다가 이화여고 재학 중인 여고생 박경련한테 푹 빠진다. 짤막한 시간 이루지 못한 사랑을 위해 통영 관련 시를 몇 편 남기고 떠난다. ‘통영 2’란 시에 ‘자다가 일어나 바다로 가고 싶은 곳’이 바로 통영이라 했다. 백석 시절에는 남해안에서 가장 불야성을 이루었던 항남동 뒷골목, 이젠 백석도 그의 짝사랑 여인도 사라졌다. 봄이 와도 우물 속처럼 어둑한 항남동 뒷골목길. 통영 문화예술인들은 그 거리를 요즘 ‘백석의 골목’으로 기억하려 한다.

청마 유치환 시인이 연모한 이영도. 청마가 연애편지를 부쳤던 청마우체국도 중앙시장 옆에 있다. 강구안이 빤히 보이는 동피랑 한 쉼터 언저리에도 이 봄날 연심을 자극하는 빨간 우체통 하나가 놓여 있다. 그 우체통에도 남해안의 이른 봄빛이 나비처럼 내려앉는다.

한국의 항구 중에 가장 낭만적이고 예술적인 강구안(江口岸). 영덕의 강구항을 빼닮았다. 이 항에는 한겨울에도 심산유곡 앙칼진 겨울바람은 없다. 사철 옥빛인 저 바다. 유치환의 시 ‘깃발’의 한 구절처럼 해원을 향한 영원한 노스탤지어의 봄 손수건이 아닌지.

글·사진=통영에서 이춘호기자 leek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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