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참전용사가 바라본 북미정상회담
12일 오전 동대구역 맞이방에서 시민들이 TV를 통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을 시청하고 있다. 이현덕기자 lhd@yeongnam.com |
6·25 참전유공자회 달성군지회
현삼조 회장 만감 교차하는 소회
“北 6·25 사죄 있다면 좋았을것
신뢰관계서도 경계 늦춰선 안돼”
동족상잔의 비극을 전장에서 직접 겪은 현삼조 6·25참전유공자회 달성군지회 회장(86)에게 12일은 자신이 지켜온 대한민국의 새로운 미래를 기대케 하는 출발점인 동시에 역사의 아픔을 되뇌는 날이었다. 6·25전쟁이 한창이던 1951년 공군병 15기에 자원입대해 강릉비행장에서 복무했던 현씨는 이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간 정상회담을 지켜보면서 복잡한 심경을 드러냈다. 인터뷰 내내 그는 희망과 경계, 기대와 아쉬움을 반복했다.
현씨는 “체제보장을 원하는 북한과 한반도 비핵화를 원하는 미국 모두 서로가 원하는 소기의 성과를 거둔 회담이다. 두 차례 남북정상회담과 오늘 북미정상회담까지 드디어 한반도에 평화의 기운이 감돌기 시작했다. 이대로면 통일도 머지않은 것 같다. 이는 너무 잘된 일”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이내 감정이 엇갈린다며 두 눈을 지그시 감더니 “불법 남침을 감행해 100만명이 넘는 인명 피해와 수많은 재산 피해를 야기한 ‘전범자’인 북한 세습정권에 평화를 구걸하는 것처럼 보여선 안 된다. 회담 이전에 북한 정권이 6·25전쟁에 대한 사죄가 있었다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고는 다시 민족번영과 평화정착을 위해선 개인적 감회는 접어둬야 하지 않겠냐며 스스로 다독이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지난날 우리는 서로에게 총부리를 겨누고 싸웠지만 원래 하나의 민족이고 집안이다. 둘로 나뉜 형제가 이제는 화목하게 지낼 수 있을 것이라는 사실에 기쁘다”며 개인적 감회보다는 민족번영과 통일이라는 대의가 우선임을 강조했다.
6·25참전용사로서 현씨가 이번 북미정상회담에서 가장 아쉬워하는 것은 1953년 7월 정전협정 체결 당시처럼 직접 당사국인 한국이 주도적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북미정상회담에서 합의된 사항이 양국뿐 아니라 통일을 염원하는 우리 국민에게도 중요하기 때문이라는 것.
그는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남북·북미 간 대화의 물꼬가 트였지만 북한은 처음부터 미국과의 대화를 통해 체제보장과 경제적 지원 등 실리를 챙기려고만 한 것 같다. 이날 회담 결과에 우리의 목소리는 없었다”며 “북한, 미국, 중국이 체결한 정전협정도 마찬가지다.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우리의 목소리는 배제된 채 정전협정(실제는 당시 한국정부가 정전을 반대해 협정에 참여하지 않았다는 설이 유력)이 체결됐고, 분단으로 고통을 받았다. 또다시 과거의 실수를 되풀이하고 있는 건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했다.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는 의견도 밝혔다. 그는 “남북한이 화해를 통해 평화 분위기가 조성되고 서로 전쟁에 대한 불안감이 해소되는 건 긍정적 측면”이라면서도 “하지만 성급하게 느껴지는 건 사실이다. 앞으로 북한에 대한 경제적 지원 등 합의문에 담겨 있는 내용은 북한이 완전한 핵 폐기 등 자신들의 의무를 진정성 있게 이행한 뒤 순차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북한과 신뢰관계를 구축하고 합의문 이행을 추진하되 항상 경계를 늦춰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젊은 세대에 대한 당부도 잊지 않았다. 현씨는 “오랜만에 찾아온 평화 분위기에 자칫 찬물을 끼얹는 것일 수도 있지만, 절대 이 분위기에 취해서는 안 된다. 전쟁은 모든 것을 황폐하게 만든다. 우리는 전쟁의 참상을 절대 못 잊는다. 다시는 이 땅에 전쟁이 없게 젊은이들이 모두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승진기자 promotion7@yeongnam.com
양승진
먼저 가본 저세상 어떤가요 테스형이현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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