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벨4 자율주행차 ‘로이’, 보문단지서 시범 운행
APEC 맞아 국내 기술력 세계 무대에
“경주를 미래 모빌리티 실증도시로”
28일 오후 3시쯤 경북 경주시 엑스포 서편 주차장에서 자율주행 셔틀 '로이(ROii)'가 운행을 준비하고 있다. 구경모기자
28일 오후 3시쯤 경북 경주시 보문단지에 방문한 관광객들이 자율주행 셔틀 '로이(ROii)'를 시승해보고 있다. 구경모기자
28일 오후 3시쯤 기자가 탑승해 본 자율주행 셔틀 '로이(ROii)' 내부좌석. 구경모기자
28일 오후 3시쯤 경북 경주시 보문단지 인근 엑스포대공원 서편 주차장. 운전석도, 핸들도 없는 하얀색 차량 한 대가 조용히 시동을 걸었다. 차체 옆면에는 'ROii(로이)'라는 글자가 선명하게 새겨져 있었다. 시속 40㎞로 달리는 9인승 전기 셔틀은 핸들과 페달이 완전히 사라진 '레벨4' 자율주행 전용 차량이다. 사람의 손이 닿지 않아도 스스로 출발하고, 멈추며, 회전한다.
"탑승객은 안전벨트를 매고 자리에 착석해 주세요." 음성이 울리자 탑승객들이 일제히 벨트를 맸다. 곧이어 차량이 부드럽게 움직인다. 전기모터의 낮은 진동음만이 공간을 채웠고, 차체 전면 스크린에는 '자율주행 ON' 문구가 떠올랐다. 운전대가 사라진 앞좌석은 텅 비어 있었지만, 천장과 측면에 설치된 네 개의 스크린이 실시간 교통상황과 속도, 정류장 정보를 또렷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로이는 국내 기업 오토노머스에이투지(A2Z)가 설계·제작한 완전 국산 자율주행 모빌리티다. 이번 APEC 정상회의를 맞아 회의장과 숙소가 몰린 보문관광단지 일대를 순환하며 운행되고 있다. 차량 전면과 후면에는 4개의 라이다와 카메라 7개가 장착돼 도로 상황을 360도로 인식한다. 주행 중 갑자기 차량이 끼어들자 로이는 즉시 감속했고, 곡선 구간에 이르자 스스로 속도를 낮추며 매끄럽게 차선을 따라갔다.
차량 내부는 마주 보는 4인용 좌석 구조로, 넓은 통유리창을 통해 자연광이 들어오며 개방감이 컸다. 바닥은 저상 설계로 휠체어 이용객도 쉽게 오를 수 있다. 비상상황 시 차량은 중앙 관제센터와 즉시 연결돼 원격제어로 대응할 수 있다. 각종 센서가 동시에 작동해 보행자, 자전거, 차량의 움직임을 모두 인식했다. 기자가 바라본 앞유리 너머에는 운전석 대신 디지털 모니터가 자리 잡고 있었고, 그 위로 경로와 속도가 실시간으로 표시됐다. 로이 탑승객 김미자(67·경북 포항) 씨는 "AI가 운전하는 시대가 정말 오는구나 싶다. 20년 전만 해도 상상도 못할 일"이라며 놀라워 했다.
로이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외국인 참관객들의 모습도 목격됐다.로이는 지난 9월 10일부터 보문단지 내에서 2개 노선 시범 운행 중이다. 첫 번째 노선은 엑스포대공원에서 출발해 힐튼호텔, 경주월드, 동궁원, 라한셀렉트를 거쳐 다시 공원으로 돌아오는 순환 코스다. 두 번째 노선은 동궁원에서 출발해 같은 구간을 반대 방향으로 돈다. 이번 APEC 정상회의 기간에는 회의장인 경주화백컨벤션센터(HICO)와 주요 숙소를 연결하는 단기 노선이 추가됐다. 행사 기간 4대의 로이와 버스형 자율주행차 1대가 회의장 주변을 오가며 내·외빈들의 이동을 돕는다.
구경모(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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