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정상회담 관세협상 타결
車·부품 관세 25%서 15%로…日·EU와 대등 경쟁
쌀·소고기 추가개방 막고 의약 복제품 최혜국 대우도
핵추진 잠수함 도입·우라늄 농축·핵연료 재처리 공감
이재명 대통령이 29일 경북 경주박물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천마총 금관 모형'을 선물한 뒤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오랜 시간 줄다리기를 벌였던 한·미 관세협상이 경북 경주에서 마무리됐다.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을 계기로 경주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양국이 무역 및 안보 협상에 합의하며 의미있는 성과를 거둔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29일 오후 2시39분부터 4시6분까지 총 87분 동안 국립경주박물관에서 확대 오찬을 겸한 정상회담을 가졌다. 회담에 앞서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미국 대통령 최초로 한국 최고 훈장인 무궁화대훈장을 수여하고, 신라 천마총 금관 모형을 선물하는 등 친교를 다졌다.
이번 회담은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이뤄진 것으로, 지난 8월 말 워싱턴D.C.에서 열린 첫 정상회담 이후 약 두 달 만이다. 역대 최단기간 한·미 정상 간 상호방문이 이뤄진 것으로 양국 동맹의 견고함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특히 양국 정상은 이날 회담에서 그동안 세부 사항을 놓고 이견을 보였던 3천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패키지와 관세 협상에 대해 집중 논의했다.
회담 결과는 우리 측이 요구해 온 분야들을 대부분 이끌어냈다는 평가다. 특히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금융 투자에 대해서는 '연간 200억 달러' 상한선을 설정해 외환시장의 충격을 최소화하는 안전장치를 마련하도록 했다. 김용범 정책실장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대미 최대 수출품목인 자동차 및 자동차 부품 관세가 25%에서 15%로 인하돼 일본·EU와 동일한 경쟁 여건을 확보했다"며 "국내 민감성이 높은 쌀·소고기 등을 포함한 농업 분야의 추가 시장개방은 철저히 방어했다"고 강조했다. 이 외에 항공기 부품, 제네릭 의약품, 미국 내 미생산 천연자원 등은 무관세가 적용되며 의약품 복제 제품은 최혜국 대우를 받기로 했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 경북 경주박물관에서 한미 정상회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협상의 성공 가능성은 이날 회담 모두발언에서부터 흘러나왔다. 이 대통령은 "미국의 방위 부담을 줄이기 위해 대한민국의 방위산업에 대한 지원이나 방위비 증액을 확실하게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양국의 관세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져든 상황에서 또 다른 축인 '안보패키지'에 대해 언급한 것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APEC CEO 서밋 특별연설에서 "한국과 무역협상을 곧 타결할 것"이라며 "한국은 반도체·조선 부문에서 특별한 관계이며 아주 중요한 파트너"라고 강조했다.
양 정상은 또한 한·미 원자력협정을 비롯한 한미동맹 현대화 방안에 대해서도 의미있는 논의를 펼쳤다.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 도입, 평화적 우라늄 농축 및 핵연료 재처리 등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이를 위한 후속 협의를 진행하기로 합의한 것이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동맹 현대화를 위한 여러 전략적 현안에 대해 미측의 적극적인 협조 의사를 확인한 것이 핵심 성과"라고 밝혔다.
한편 이 대통령은 이날 APEC CEO 서밋 개막식 특별연설을 통해 "보호무역주의와 자국 우선주의가 확산하는 가운데 한국이 글로벌 책임국가로서 협력과 신뢰의 연결고리를 회복하겠다"며 다자무역 복원과 공급망 협력 강화를 촉구했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 경북 경주박물관에서 정상회담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재훈
서울정치팀장 정재훈입니다. 대통령실과 국회 여당을 출입하고 있습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