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장 탈주범’ 엿새 만에 검거
동구 맴돌다 이틀째 밀양 잠입…부실 수사 드러나
탈주범 언론접촉 차단…현장검증도 공개 않을 듯
유치장 탈주범 최갑복씨가 22일 경남 밀양에서 검거돼 대구 동부경찰서로 압송되고 있다. 이현덕기자 lhd@yeongnam.com |
유치장 탈주범 최갑복씨(50·강도 피의자)에 대한 경찰의 짜맞추기식 수사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경찰은 지난 22일 최씨를 검거한 이후에도 유치장 탈주장면이 담긴 CC(폐쇄회로)TV 화면 공개를 계속 거부하고 있는데다, 최씨와 언론간의 접촉도 차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찰은 23일 “법률적으로 다른 유치인의 인권문제와 함께 구두로 모두 설명했기 때문에 더 이상 CCTV 공개는 무의미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최씨가 검거됐는데도 CCTV 화면을 공개하지 않는 것은 유치장 근무자의 근무기강 해이를 은폐하거나 경찰 고위층의 자리보전을 위한 꼼수라는 의심을 피하기 어렵다.
경찰 내부에선 최씨가 검거됐지만, 유치장 탈주 장면이 해외 토픽으로 퍼져나가면 경찰 고위층의 자리 보전이 어렵다는 전망을 하고 있다.
검거된 최씨의 유치장 배식구 탈주에 대한 현장검증도 언론에 공개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자체의 현장검증은 해야 하겠지만 언론 공개 여부는 추후에 판단하겠다는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언론이 지켜보는 가운데 현장검증에서 최씨가 배식구를 빠져 나오지 못하면 상상할 수 없는 혼란이 생긴다. 이렇게 되면 결국 CCTV를 공개해야 한다”며 “경찰이 이 같은 위험을 무릅쓰고 현장검증을 언론에 공개하기는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경찰은 최씨와 언론간의 접촉도 차단하고 있으며, 종합적인 수사결과 발표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이로 인해 최씨가 어떻게 밀양까지 도망갔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경로조차 알려지지 않고 있다.
경찰은 다만 23일 “최씨가 청도에 사는 지인을 만나러 가다 경찰을 본 후 차를 버리고 산으로 도망쳤다”며 “이후 최씨가 청도의 산에서 하룻밤을 잔 후 다음날 몇 개의 산을 타고 밀양으로 이동했다”고 설명했다.
경찰 설명대로라면 부실수사가 ‘종합선물세트’ 수준이라는 것.
최씨가 지난 17일 새벽 유치장에서 빠져나온 뒤 방향감각이 없어 대구 동구 일대를 뱅뱅 돌다가 다시 동부경찰서와 마주하기도 했지만 경찰은 이 사실을 전혀 몰랐다.
경찰이 동부경찰서를 비롯해 대구 동구일대 수색만 강화했더라도 최씨를 곧바로 검거할 수 있었다.
최씨는 탈주 이틀만인 18일 경찰의 포위망을 뚫고 밀양으로 잠입했지만, 경찰은 21일까지 청도 일대를 집중 수색했다. 결국 엉뚱한 수색만 한 꼴이 됐다. 또 탈주 후 밀양에서 검거되기 직전까지 단 한차례의 검문검색도 받지 않았다.
이 때문에 시민들은 경찰이 최씨와 짜맞추기 수사를 할 수 있는 만큼 CCTV와 현장검증을 언론에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임호기자 tiger35@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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