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기 휘두른 김기종 최초 제압’ 장윤석 의원이 전해준 그 순간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가 5일 오전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주최 초청 강연에 참석했다가 진보성향의 우리마당 대표 김기종의 공격을 받고 피를 흘리며 행사장을 빠져나가고 있다. 곧바로 신촌 세브란스병원으로 이동한 리퍼트 대사는 병원에 들어서며 “I'm OK”라고 말하며 주위를 안심시켰다. 연합뉴스 |
새누리당 장윤석 의원(가운데)이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를 습격한 김기종을 제압하고 있다. 연합뉴스 |
“통역있는 쪽으로 오더니
갑자기 리퍼트 대사 공격
본능적으로 김씨 덮쳤다”
마크 리퍼트 주한(駐韓) 미국대사의 피습 현장에서 리퍼트 대사를 공격한 김기종씨를 최초로 제압한 새누리당 장윤석 의원(영주)은 사건발생 4시간이 지난 5일 오전 11시50분까지도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했다.
지난달 26일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 상임의장에 선출된 장 의원은 5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민화협 조찬 간담회에서 리퍼트 대사 바로 옆자리(왼쪽)에 앉아있다가 피습 당시 주변 사람과 함께 김씨를 제압했다.
장 의원은 이날 영남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본능적으로 리퍼트 대사를 보호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당시 상황을 생생히 전했다.
-피습당시 현장상황에 대해 말해달라.
“오늘 자리는 민화협 주관 리퍼트 대사 초청 강연회였다. 오전 8시부터 ‘한반도 평화와 통일, 그리고 한미관계 발전방향’을 주제로 강연을 할 예정이었다. 헤드테이블에 리퍼트 대사가 앉고, 내가 바로 옆에 앉았다. 조찬을 시작하려는데 김씨가 6번 테이블에 있다가 기습했다. 전혀 몰랐다. 갑자기 통역 있는 쪽으로 와서 리퍼트 대사를 덮쳤다. 리퍼트 대사 바로 옆자리에 있던 나는 반사적으로 김씨를 덮쳤다. 내가 김씨 등에 올라타게 됐고, 그 뒤 그 주위에 있던 사람들이 가세해 제압을 하게 됐다.”
-최초로 김씨를 덮친 이유가 무엇인가.
“본능적이었다. 오로지 김씨를 제압해야한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더 이상의 피해가 없어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나중에 김씨를 제압하고 나서 테이블로 와보니 하얀색 테이블보에 굵직굵직한 피가 떨어져 있고, 과도도 있었다. 과도는 손잡이가 나무로 됐고, 손잡이는 한 뼘 정도, 칼날도 한 뼘 정도 되는 것 같았다.”
-민화협에서 주최했는데, 김씨가 회원으로 알려졌다. 사전에 참석한다는 이야기는 들었나.
“민화협 상임의장에 선출돼서 가진 첫 행사였다. 김씨에 대해서는 전혀 아는 바 없었다. 대책회의를 하면서 민화협 관계자들하고 이야기했는데, 김씨가 민화협 발족 초기 가입 단체 구성원이고, 그동안 더러 모임에도 왔으나 돌출 행동이 많았던 사람이라고 하더라. 오늘 모임에 관해서는 민화협 사무국에서 참석이 예정되거나 할 만한 사람은 명찰을 다 준비를 했는데, 김기종은 명찰이 준비된 사람은 아니었다고 한다.”
-경찰이나 주변의 경호는 어땠나.
“사건이 벌어지고 김씨를 제압하자마자 계속해서 경찰을 불렀다. 사복을 입은 한 친구가 ‘제가 경찰입니다’ 그러더라. 주변에서도 계속 경찰, 경찰 하는데 경찰이 없었다. 한참 있으니 제복을 입은 사람 둘이 들어와서 그 두 명과 여러 사람이 김씨를 연행해 회의장 밖으로 나갔다.”
-경찰 출동까지 시간은 얼마나 걸렸나.
“누가 스톱워치 눌렀으면…. 나도 평생 수사를 했지만, 느낌에 매우 오래된 거 같아도 실제 시간을 보면 불과 얼마 안 되는 경우도 있다. 느낌은 ‘왜 경찰이 이렇게 안 와. 범인은 제압을 해놨는데…’였다.” 장 의원은 검사 출신으로 법무부 검찰국장을 역임했다.
-리퍼트 대사와 사건이 벌어지기 전에 나눈 이야기를 소개해 달라.
“내가 리퍼트 대사에게 ‘한국에서 인기가 많다’고 하니 웃더라. 김덕룡 전 의장이 ‘여기서 첫 아들을 낳았지요’ 하니 대사가 ‘아이고, 내가 첫 아들을 낳았는데 병원에서 케어를 잘해줘서 고마웠다’고 하더라. 김 전 의장이 ‘미국이면 속지주의여서, 한국에서 낳으면 한국 국적을 얻었을 텐데, 우리나라 국적법이 속지주의가 아니어서 국적을 못 얻었다’고 농담하니 대사가 ‘제가 둘째를 낳을 때쯤이면 한국 대사가 아니겠지만 한국에서 낳고 싶다’고 하더라. 그래서 내가 농담으로 ‘제가 국회의원인데 우리나라 국적법이 속지주의가 아닌데, 우리나라 국적법을 개정해서 속지주의로 개정하면 된다’고 하니 다들 ‘와하하’ 웃으면서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
-상당히 큰 사건인 것 같은데.
“미국 대사가 현지 주재국에서 어떤 이유에서든지 위해(危害)를 당했다고 하면 굉장히 중요한 일이다. 우리로서는 주재국 대사의 신변보호에 어떤 이유로든 다하지 못한 책임이 있다. 이 일로 인해 한·미 간에 우호 동맹관계가 악화되면 안 된다는 게 민화협의 입장이다.”
-이번 사건에 대해 말하고 싶은 것은.
“민화협이 주관한 행사에서 테러행위가 발생한 점에 대해 사과를 드리고, 대사가 빨리 쾌유하기를 기원하고, 이번 사태에 대해 가족들에게도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 그리고 이로 인해 한·미 관계에 손상이 있으면 절대 안 된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최종무기자 ykjmf@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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