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전원 추방에 아연실색”
우리 정부의 개성공단 전면 중단 조치에 대응해 북한이 11일 전격적으로 개성공단을 군사통제구역으로 선포하고 남측 인원을 전원 추방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철수 작업을 하던 남측 공단 관계자들은 아연실색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개성공단에 있는 은행 지점에서 일하는 이모씨(41)는 오후 5시께 경기도 파주시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CIQ)를 통해 남측으로 돌아오면서(입경) “개성을 떠날 때까지 추방에 관한 이야기는 전혀 듣지 못했다"며 북측의 갑작스러운 추방 소식에 당혹스러워했다.
또 다른 B씨는 “개성에서 출발할 때 추방이나 자산 동결 얘기는 듣지 못했다"며 “여기서 기자들한테 듣는 게 처음"이라며 당혹스러워했다.
북한의 이런 발표가 있기 전까지 우리 기업체 관계자들은 착잡하고 조용한 분위기 속에 완제품 등을 챙겨 남측으로 넘어왔다.
의료용 실 22t을 개성공단에서 대형화물차에 싣고 나온 윤상은씨(60)는 “오늘 공단 분위기는 평상시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며 “단지 북측 근로자들이 출근하지 않아 완제품을 혼자서 차량에 옮겨 싣느라 좀 힘들었다"고 말했다.
공단에서 공장장으로 일하는 C씨도 오후 3시께 남측으로 돌아오면서 “오늘까지 북측 관계자들과 다음에 보자고 인사를 나눌 정도로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며 “다만 옮길 물량이 많아 오늘 3분 1도 못 가지고 나왔는데 인력과 시간이 부족해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이날 오전오후 입출경은 계획대로 이뤄졌지만 북측 근로자들이 출근을 하지 않아 개성공단 업체 측 대부분이 제품, 자재 운송에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개성공단 의류업체 법인장은 “각 사마다 가용 인원이 1~2명밖에 안돼 화물트럭 기사와 업무자재, 완제품 일부를 실어내는 것 외에 다른 것은 손도 못 대고 있다"며 “물량 중 약 10~20% 정도 반출한것 같다"며 “전기·수도는 현재까지 정상적으로 공급되고 있다"고 말했다.
공단에 들어가려고 대기하던 기업체 관계자들은 북한의 이번 조치에 전전긍긍하는 분위기다.
개성공단에서 양말공장을 운영하는 이상협 대표는 “완제품뿐만 아니라 원단 등을 가지고 나와야 하는데 오늘 들어가지 못해 내일을 기대하고 있다"며 “북한의 개성공업지구 폐쇄로 우리 재산들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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