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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회 영남일보 책읽기상 수상작] 중·고등부 최우수상/조은우 '무심코 지나친 차별'

2024-10-24 09:17

'선량한 선별주의자'를 읽고

[제31회 영남일보 책읽기상 수상작] 중·고등부 최우수상/조은우 무심코 지나친 차별
중·고등부 최우수상 수상자 조은우.

6월 15일 인재 양성 지원사업 발대식에 아버지와 함께 참석하였다. 체육, 예술, 학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재능 있는 학생들을 선발하여 학생들이 자유롭게 꿈을 펼쳐 나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이었기에 의미가 남달랐다.

초반 어색한 분위기를 깨기 위해 사회자는 체육, 예술, 학업으로 팀을 나누어 팀별 게임을 진행하였는데 그 게임에서 학업 팀이 승리하게 되었다. 사회자는 "역시, 머리 쓰는 게임이라 그런지 학업 팀이 강하네요"라며 학업 팀으로 다가가 선물을 나누어 주었다. 그 뒤로도 다양한 축하 공연과 더불어 선배들과 만남을 통해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며 함께 웃고, 즐겁게 지내며 성공적으로 발대식행사를 마쳤다.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나는 "오늘 시간 내서 잘 온 것 같아요. 새로운 이야기도 듣고, 다양한 친구들도 만날 수 있었어요. 특히, 사회자가 너무 재미있게 진행해서 오랜만에 많이 웃었어요"라고 말하며 환하게 웃었다. 그러자 아버지는"좋은 시간이었다고 하니 다행이다. 나도 의미 있는 행사에 참석한 것 같아 좋았어. 그런데, 사회자의 진행이 조금 아쉽더구나"라고 말씀하셨다. "별다른 문제 없이 행사가 진행된 것 같은데, 아버지도 함께 많이 웃고 즐거워하셨잖아요?"라며 물었다. "물론, 나도 즐거웠단다. 하지만 팀별로 나누어 게임을 할 때 학업 팀이 승리하자 사회자가 "역시, 머리 쓰는 게임이라 그런지 학업 팀이 강하네요"라고 사회자가 했던 말이 듣기가 불편하더구나"라는 말씀에 "아니, 그 말이 왜요?"라고 말했다. 아버지는 "사회자 말대로라면 운동이나 예술하는 친구들은 머리가 나쁘다는 말로 들릴 수가 있지 않겠니? 그런 말도 차별일 수 있단다"라고 하셨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아버지의 말에도 일리가 있기는 했다. 그러나 난 이해할 수 없었다. "그 정도야 뭐.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사용하는 말이잖아요"라며 나는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그러나, 아버지는 단호하게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말이나 행동이라도 다른 사람의 마음을 아프게 할 수 있다면 그런 표현은 하지 말아야 하지 않을까? 우리는 생활 속에서 많은 잘못된 표현을 사용해 왔음에도 그것이 잘못이라고 생각하지 못하고 습관처럼 행동해 왔던 거지. 바로 그런 사람들을 선량한 차별주의자라고 한단다." 그렇게 나는 '선량한 차별주의자'라는 책을 알게 되었다. 이 책을 읽고 나서 내 가치관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일상생활에서 무심코 사용하는 말과 행동이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특정한 가해자가 없더라도, 우리는 인종, 성별, 빈부, 계급 등을 기준으로 보이지 않는 '차별'을 일삼고 있었다. 예를 들어, "얼굴이 타서 외노자 같아 보인다."나 "여자애들이 원래 시끄럽다."라는 말은 차별적인 표현이지만, 우리의 일상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용인되고 길들어 왔다. 이처럼 몸에 밴 편견과 차별을 우리는 아무런 생각 없이 받아들이고 사용해 왔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것은 매우 충격적이었다.

작가의 말 중에서 '평범해 보이는 특권'이라는 표현을 이해하게 되면서 더 많은 것들이 보였고,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평범한 삶을 살아가는 내가 특권을 누리고 있다는 사실은 처음에는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특권이라는 단어가 거부감을 주기 때문인지, 변명하고 싶었다. 그러나, 특권을 누리고 있었기 때문에 나의 시야는 좁아졌고, 차별이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하고 예민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거리를 두었다. 뉴스를 통해 접했던 이슬람 사원 건축 문제, 노 키즈존, 남녀 차별을 둘러싼 사회적 대립 등 다양한 문제들에 대해 나는 어떻게 생각해왔는지 되돌아보게 되었다. 결국, 부정하고 싶었지만 나 역시 차별주의자였음을 깨닫게 되니, 그동안 바르고 착하게 살고 있었다고 자부했던 나 자신이 한없이 부끄러워졌다. 아담이 선악과를 먹고 난 후 옷을 벗고 부끄러움을 느꼈던 것처럼, 나도 내가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인식하지 못한 차별이 생활 속 깊이 뿌리박혀 우리 스스로 갈라놓고 계층을 나누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내 말과 행동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하고 반성을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넓은 시야를 가지고 주변을 살피며 역지사지의 자세로 의심하고, 반성하는 습관을 기르는 것도 중요할 것이다. 차별적인 표현을 사용하지 않도록 노력하고, 누군가가 그런 표현을 사용할 때 말할 수 있는 용기도 가져야겠다고 다짐했다. 또한, 포괄적이고 긍정적인 말을 사용하며 개인의 특성을 존중하는 표현을 찾아야겠다. 이러한 노력이 함께 한다면 더 나은 우리가 될 것이라는 희망을 품게 되었다. 오늘의 다짐을 잊지 않고 실천해 나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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