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밀착 일꾼'부터 '킹메이커' '대권주자'까지…民意 대변 충실
◆이만섭
정권 실세들 해임 요구하다 8년 시련기
1932년생인 이만섭 전 국회의장은 대구 태생으로 1963년 6대 국회에서 16대까지 전국구와 대구 중구 또는 중구-서구 지역구에서 모두 8선을 했다. 14·16대에선 두차례 국회의장을 역임했다.
그는 시류에 영합하지 않고 원칙과 소신에 따라 정권 비판에도 주저하지 않았던 강골 정치인으로 평가된다. 1969년 여당인 민주공화당 소속이면서도 '3선 개헌' 반대투쟁에 앞장섰던 이 전 의장은 정권 실세들의 해임을 요구했다가 8년간 정치적 시련기를 겪었다. 1971년 8대 총선 당시 여당 텃밭인 대구 중구에서 여당 공천으로 출마했음에도 이후락 중앙정보부장이 주도했던 정치 공작으로 낙선했다. 두 번의 국회의장 재임 중 청와대와 여당으로부터 '의장 직권상정-여당 단독 처리' 압박이 많았지만 이를 거부하고 중립적인 국회 운영을 위해 힘썼다.
◆김윤환
노무현 대권도전 도운 '영남후보론 원조'
허주(빈 배)로 많이 불렸던 김윤환 전 대표는 1932년 선산에서 태어나 1979년 10대 유신정우회로 국회에 첫 등원한 뒤 15대까지 군위-선산 또는 구미을 지역구 4선을 합쳐 총 5선을 했다. 선거전략의 대가로 노태우·김영삼정권 출범에 결정적으로 기여해 '킹 메이커'라는 별명을 얻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대권 도전을 도왔던 '영남후보론'(호남의 지지를 받는 영남 출신 후보)도 그가 원조다. 정치자금과 정보력을 바탕으로 일본식 계보 정치를 운영하며 한때 'TK 맹주'로 활약했다. 주요 현안이 있을 때마다 TK 의원들의 역량을 한데 모아 목표를 추구하는 구심점 역할을 했다.
◆강재섭
지역 첨단기술 공급원 'DGIST' 산파役
1948년 의성에서 태어난 강재섭 전 대표는 고교 및 검찰 선배인 박철언 전 의원의 사조직인 월계수회에 들어가 1988년 제13대 국회에 민정당 전국구로 첫 등원했다. 이후 14·15·16·17대에 서구 또는 서구을에서 내리 당선돼 TK 정치권에선 한때 유망한 대권주자로 각광받았다.
강 전 대표는 16대 국회에서 현재 지역 산업계의 첨단응용기술 공급원이 되고 있는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디지스트)'의 산파역할을 했다. 당시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에 소속돼 TK 의원들과 힘을 합쳐 '대구경북과학기술연구원 설립 특별법안'을 대표발의한 뒤 "정부출연연구기관은 더 이상 안 만든다"는 정부 반대를 이겨내고 법안을 통과시켰다. 2011년 4·27 재보선에서 한나라당 후보로 경기도 성남분당구을 선거구에 출마해 '분당 15년 토박이론'을 제기했다가 16년 지역구였던 대구 서구민들의 반발로 역풍을 맞기도 했다.
◆백승홍
'경부선 대구도심 지하화' 일찌감치 시도
1943년 예천에서 태어난 백승홍 전 의원은 '4전5기' 끝에 국회에 입성했다. 그는 학창 시절 대구 2·28 민주운동과 한·일 국교정상화 반대 운동에 참여하는 등 반골 기질로 정계 입문 뒤에도 무소속 내지는 야당 후보로 출마했다가 연거푸 고배를 마셨다. 1996년 제15대 총선에서 대구 서구갑에 무소속으로 출마해 앞서 자신을 두번이나 이겼던 무소속 정호용 후보를 꺾는 설욕전에 성공하면서 국회의원 배지를 달았다.
그는 지역에서 오랜 야인 경험을 바탕으로 철저히 지역 밀착형 의정활동을 펼쳤다. 국회 건설교통위 6년과 산업자원위에 2년간 소속돼 활동하면서 국비예산 확보에 힘쓰며 지역경제 활성화에 주력했던 지역 일꾼형이었다. 부산 정치권의 반대로 장기간 표류하고 있던 위천국가산업단지 지정을 끈질지게 추진했고, 최근 주목받는 경부선 대구도심구간 지하화도 백 전 의원이 일찌감치 시도했던 사업이다.
◆김만제
'지방경제살리기 특별법안' 발의 등 노력
1934년 선산 출생인 김만제 전 정책위의장은 2000년 제16대 총선에서 대구 수성구갑에 한나라당 후보로 출마해 당선됐다. 4년 동안 짧은 의정활동이었지만 경제 전문가로 인정받아 초선으로서 이례적으로 정책위의장을 역임했고, 디지스트 설립법안 통과에도 주도적 역할을 했다. 그는 과도한 수도권 집중현상 등으로 지방의 산업기반이 붕괴 상황에 있다고 보고 중앙정부가 나서서 지방경제를 살리기 위한 종합적인 마스터플랜을 수립하고 특단의 정책을 강구토록 하는 '지방경제살리기 특별법안'을 발의했으나 통과는 안됐다.
그는 17대 총선 불출마 뒤에도 2012년까지 대구에 머물면서 낙동경제포럼 이사장, 디지스트 이사 등을 맡아 지역경제 살리기를 위한 방향성을 제시하는 등 지역사회에 애정 어린 발자취를 남겼다.
권혁식기자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